핵심부서·정원·승진 구조 얽힌 이해관계 충돌
'근무지 보장' 넘어 승진·행정 주도권 셈법
노사협의체 출범에도 접점 찾기 쉽지 않을 듯

편집자주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처음 추진되는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광주 전남 공직사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겉으로는 기획·예산·인사·조직·감사 등 핵심부서를 어느 청사에 둘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부서 배치 논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근무 장소가 아니다. 핵심부서와 함께 따라 움직이는 정원, 직급별 보직, 승진 기회, 인사권의 중심이 어디에 놓이느냐를 둘러싼 행정 주도권 경쟁이다. 결국 이번 조직개편은 통합 과정에서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실질적인 주청사가 어디인가'라는 문제를 다시 꺼내 놓은 셈이다.

확연히 갈라지는 입장차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종전 근무지를 보장하면서 광주·무안·동부(순천) 등 3개 청사에 기능을 나눠 배치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광주청사 공직자들은 사람의 근무지만 남겨 놓고 부서와 정원을 다른 청사로 옮기면 장기적으로 광주 조직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다.


반면 전남 공직사회는 정무 기능, 반도체 등 대형 투자와 산업 정책이 광주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인사·예산·조직까지 광주청사에 남게 되면 무안청사가 사실상 사업 집행부서만 남는 하부청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처럼 양측 모두 자신들이 통합 과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부서가 옮겨가면 '자리'도 함께 움직인다. 광주청사 공직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부서 이동에 따른 정원 재배치다.


예를 들어 광주청사에 있던 과 단위 부서가 무안청사나 동부청사로 이전하면 해당 부서에 편성된 과장과 팀장, 실무자 정원도 원칙적으로 새 청사 조직에 배치된다.

특별시는 기존 직원의 종전 근무지를 보장하겠다고 설명하지만, 광주청사 직원들은 당장 사람을 이동시키지 않는 것과 향후 승진 자리를 보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한다. 과장급 부서 10개가 다른 청사로 이동하면 광주청사의 과장급 정원 10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 팀장과 실무자 정원 역시 함께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승진 인사는 정원이 남아 있는 청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광주청사 내부에선 "근무지는 광주에 남더라도 승진하려면 결국 무안이나 동부청사로 가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전 근무지 보장이 단기적으로는 직원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지만, 정원과 직급별 보직을 보장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광주청사의 조직 규모와 승진 통로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노조가 단순한 근무지 보장만으로는 조직개편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휴직·파견 정원까지 넘기나…광주 내부 불안 확산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광주청사에 누적된 결원 정원의 처리 문제다. 광주청사 내부에서는 휴직과 파견 등을 포함한 결원 규모가 150명 안팎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광주 측은 이 결원 가운데 상당수가 완전히 비어 있는 정원이 아니라 육아휴직이나 교육·파견을 마치고 돌아올 직원의 자리라고 설명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시지부가 지난 24일 광주청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독자제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시지부가 지난 24일 광주청사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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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근무자가 없다고 해서 해당 정원을 무안청사나 동부청사의 신규 조직과 인력 확충에 활용할 경우, 휴직자와 파견자가 복귀했을 때 배치할 자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청사 공직자들은 특히 결원 정원이 다른 청사의 직급 상향이나 승진 적체 해소에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한 청사의 결원 정원을 다른 청사의 조직 확대에 사용하면 당장은 강제 전보를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주청사의 정원과 승진 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갈등은 현재 근무하는 직원의 이동 여부보다 '어느 청사에 정원을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는 '조직 소멸', 전남은 '광주 종속' 우려

광주와 전남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방향은 다르지만, 출발점은 같다. 통합 이후 조직과 권한이 상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결국 자신들의 조직과 지역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통합을 통해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누가 핵심 권한을 갖느냐'를 둘러싼 경쟁이 전면에 드러나고 있다.


광주노조는 현행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유지한 뒤 직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기능을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구 규모와 행정 수요, 시민 접근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청사가 세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획·예산·인사 등 핵심 기능을 기계적으로 분산하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행정 비효율만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청사 직원들은 기획·예산·인사·조직 기능이 무안청사로 이전할 경우 광주가 정책 결정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잃고, 결과적으로 광주시민의 행정 접근성과 정책 반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공무원의 승진이나 인사 문제가 아니라 광주시민의 행정 주도권과 도시 경쟁력이 걸린 문제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1노조)은 시장과 정무, 전략기획 등 정치적 상징성과 대외협력 기능이 광주청사에 배치된다면 인사·조직·예산 등 실제 시정을 운영하는 핵심 행정 기능은 무안청사에 두는 것이 통합의 균형 원칙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통합 이후에도 행정 운영의 중심축까지 광주에 집중될 경우 전남이 행정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주장이다.


전남 열린노조(2노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통합 이후 지역별 역할 분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대규모 기업 투자, AI 등 미래 성장산업은 이미 광주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성장의 수혜는 광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핵심 기능까지 광주에 집중된다면 통합이 특정 지역으로의 권한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무안청사에서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진행된 '전라남도 권익사수 3차 결의대회'. 전남도공무원 노조 제공

24일 무안청사에서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진행된 '전라남도 권익사수 3차 결의대회'. 전남도공무원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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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사와 조직, 예산 편성 등 시정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기능은 무안청사가 맡아야 광주와 전남이 성장과 행정을 나눠 담당하는 균형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결국 광주는 핵심 부서 이전을 조직 축소와 정책 영향력 약화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전남은 핵심 행정 권한의 광주 집중을 통합 이후에도 이어지는 행정 종속으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통합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피해의식과 위기감이 형성된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개편 논의는 당초 목표였던 행정 효율성과 균형발전보다 지역 간 권한 배분을 둘러싼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조직개편의 성패는 어느 한쪽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와 무안, 동부청사가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나누면서도 정책 결정의 효율성과 지역 균형을 동시에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익명 조롱 글이 드러낸 무너진 신뢰

정책적 견해 차이를 노노갈등으로 확대한 것은 익명 게시글과 비공개 간담회 내용의 유출 논란이었다. 광주청사 직원으로 확인됐다고 광주노조가 밝힌 한 공무원은 옛 전남도청 업무포털 익명게시판에 전남 공무원인 것처럼 조롱성 글을 작성했다.


작성자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고, 광주노조도 전남 공직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전남 양대 노조는 해당 게시글이 전남 공직사회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확산됐고, 광주노조가 자극적인 유인물에 활용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비공개 간담회 내용이 외부로 퍼진 경위와 허위 정보 유포 책임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청사 앞에는 '광주청사 죽이기 중단', '광주광역시 사망'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였고, 양측 노조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서로를 비판했다.


노사 공동 협의체가 출범하기도 전에 누구를 참여시킬 것인지, 행정부시장을 협의에서 배제할 것인지, 노조별 참여 인원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놓고도 한바탕 설전이 계속됐다. 협상 내용보다 협상 당사자와 운영 방식부터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깜깜이 조직개편 갈등에 기름 부어

조직개편 갈등이 커진 데는 시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도 영향을 미쳤다. 시는 처음에는 광주청사에 기관 유지와 정무 기능을, 무안청사에는 시민주권·안전·생활행정·농해수산 기능을, 동부청사에는 산업·경제 기능을 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남 측 노조가 기획·예산·인사·조직·감사 등 핵심 기능의 광주 집중에 반발하면서 수정안 논의가 시작됐다. 최근 황기연 행정부시장 중심으로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일부 핵심 기능을 무안청사에 재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비공개하기로 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광주청사 직원들은 당초 개편 원칙이 전남의 반발 뒤 뒤집혔다고 받아들였다. 전남 측은 당초 개편안 자체가 광주에 지나치게 유리했기 때문에 수정은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양쪽 간부 간 심각한 언쟁이 있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시는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공식적인 기준과 수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내부 소문이 사실처럼 퍼졌다. 부서가 몇 개 이동하는지, 정원이 얼마나 재배치되는지, 인사 기능이 어느 청사로 가는지에 대한 각종 설이 확산했고, 공직사회는 공식 설명보다 익명게시판과 내부 메신저에 의존하는 상황에 빠졌다.

민시장이 조속히 결단 내려야

이번 갈등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주체는 인사권자인 민형배 시장이다. 조직개편은 단순한 행정 실무가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권력 구조와 행정 중심을 결정하는 정치적 선택이다.


그러나 민 시장은 갈등이 노조 간 충돌을 넘어 광주와 전남 지역감정으로 번지는 동안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최근 행정부시장과 전략기획·조직 담당 실무진이 노조 간담회와 수정안 논의를 주도했지만, 시장이 생각하는 조직개편의 최종 원칙은 분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광주청사 내부에서는 시장이 전남 공직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당초 방향을 바꾸고도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전남 측에선 시장과 정무라인이 광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광주 여론에 밀려 핵심 기능 분산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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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제기되는 간부 간 충돌설이나 인사 개입 의혹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런 소문이 확산하는 것 자체가 시장의 리더십과 공식적인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며 "상황이 길어질수록 부작용도 커진다. 민형배 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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