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금 295억위안, DDR5·LPDDR 공정 고도화에 집중
DDR5 추격은 현실‥HBM은 경쟁력 차이 월등
'HBM의 아버지' 김정호 교수 "우리 반도체 기업 평가 안타깝다"
창신, 인텔 제치고 반도체 업계 시총 9위 등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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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줬지만, 공모서류상 투자계획만으로는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의 판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창신의 투자계획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직접 추격보다는 DDR5와 LPDDR 등 현재 주력 D램 제품의 공정 고도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다만 중국이 서버·PC·모바일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추격할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위협은 분명해졌다.


28일 창신의 공모서류를 분석한 결과 공모자금 사용계획은 총 295억위안(약 6조3900억원)이다. 창신은 기존 메모리 웨이퍼 양산라인 기술 개조에 75억위안(약 1조6200억원), D램 기술 업그레이드에 130억위안(약 2조8200억원), 차세대 D램 선행기술 연구개발에 90억위안(약 1조95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투자 규모만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십조원대 투자에 못 미치지만, 후발 중국 업체가 한국의 주력 제품군을 겨냥해 집중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 핵심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D램 기술 업그레이드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180억위안(약 3조9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174억위안(약 3조7700억원)이 장비 구입과 설치에 쓰인다. 창신은 2028년 상반기까지 기존 생산라인을 한 세대 진전된 공정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새 공장을 대거 짓는 방식보다 기존 라인의 공정 수준을 끌어올려 수율과 원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기존 웨이퍼 양산라인 개조에도 75억위안이 투입된다. 이는 중·고급 D램 제품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 반도체 장비·소재·부품을 더 많이 도입할 경우 창신의 투자가 중국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기술 축적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차세대 D램 선행기술 연구개발에는 90억위안이 배정됐다. 투자설명서에는 DDR5, LPDDR5X, LPDDR6, CXL, 인메모리·니어메모리 컴퓨팅 등 미래 D램 기술 방향이 언급돼 있다. 서버, PC, 모바일, AI 연산 환경에서 필요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창신의 생산구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하는 DDR5와 LPDDR5·LPDDR5X 시장을 겨냥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신은 이미 자체 DDR4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DDR5 중심으로 공정 전환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과 선단 D램에서 여전히 앞서 있지만, 중국 내 PC·서버·스마트폰 업체들이 DDR5와 LPDDR 제품을 창신 제품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한국산 D램의 중국 시장 점유율과 가격결정력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범용·모바일 D램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창신의 수율 개선과 중국 고객 확대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공모서류에 드러난 계획보다 대폭 늘어난 공모자금을 어디에 쓸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창신의 실제 자금 조달 총액은 579억2000만위안(약 12조5400억원)으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힌 295억위안의 두 배에 가깝다. 계획을 초과해 조달한 약 284억위안(약 6조1500억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한국과 미국 메모리 업체 추격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공모서류만 보면 HBM과 실리콘관통전극(TSV), 적층·본딩, 첨단 패키징 생산라인은 직접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추가 확보 자금이 범용 D램 증산으로 향하면 가격 압박이, HBM·TSV·첨단 패키징으로 향하면 AI 메모리 추격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창신이 당장 글로벌 D램 시장의 판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은 SK하이닉스의 자금 조달 규모와 비교해도 드러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창신의 조달 총액 579억2000만위안(약 12조5000억원)의 세 배를 웃도는 규모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HBM, 선단 D램, 첨단 패키징, 국내 생산거점 확충에 수십조원 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창신의 상장을 곧바로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 변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학부 교수는 "창신의 이익 규모나 현재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평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창신 상장 충격은 주식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상장 하루 뒤인 28일 창신 시가총액은 700조원대로, 주가가 급락한 SK하이닉스의 60% 수준에 달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미국 마이크론에 역전당했다. 기술력에서는 아직 한국 기업과 격차가 있는 메모리 업체에 시장이 후한 평가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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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은 D램 상용화의 원조 격인 인텔의 시가총액도 추월하며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업계 9위에 올랐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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