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측 "이제와 문제 제기하냐" 주민에 대못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가 석탄 하역 하는 과정에서 석탄재가 날리고 있다.<독자제공>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가 석탄 하역 하는 과정에서 석탄재가 날리고 있다.<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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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가루가 배춧속에 들러붙어 있는 걸 보고 몸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씻어서 먹고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 보령화력발전소 인근 마을 주민들은 오늘도 석탄 가루가 시커멓게 내려앉은 농작물을 씻어 밥상에 올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지역 주민들의 생명권과 환경권이 짓밟히고 있지만,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보령화력)의 대응은 무책임과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보령화력 부두에서 대형 화물선에 실려 온 석탄을 하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석탄가루가 수십 년째 인근 마을과 밭으로 날아들고 있다.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에서 날아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탄재가 인근 마을에서 재배중인 배추에 수북이 쌓여 있다.<독자제공>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에서 날아든 것으로 추정되는 석탄재가 인근 마을에서 재배중인 배추에 수북이 쌓여 있다.<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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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기록해 둔 사진 속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수확을 앞둔 배춧잎 사이에 석탄가루가 들어앉아 있었다.

주택 창틀에도 쓸어 담을 수 있을 만큼 석탄가루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창문조차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건강에 치명적인 석탄가루가 묻은 농산물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섭취해온 셈이다.


조종필 보령화력 대책위원회 총무는 "지금도 석탄가루가 계속 날아오고 있다"며 "농작물을 지속해서 먹고사는데 건강이 안 나빠질 수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피해 주민들을 대하는 발전소 측의 고압적인 태도다.


주민들은 2022년 석탄가루로 범벅이 된 배추 사진을 들고 발전소를 찾아가 근본적인 비산먼지 차단 대책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발전소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상식 이하의 막말이었다.


조종필씨에 따르면 당시 발전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어떻게 먹었냐.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냐"며 주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는 것이다.


발전소 측은 1년간 배추를 심지 않는 조건으로 가구당 60만 원을 지급한 것이 전부였다.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인근의 한 주택에 석탄재가 날아들어 창틀에 수붂이 쌓여 있다고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다.<독자제공>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인근의 한 주택에 석탄재가 날아들어 창틀에 수붂이 쌓여 있다고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다.<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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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성 눈가림용 보상이 끝난 이후 석탄 비산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어떠한 추가 보상이나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비산먼지 방지망 설치와 친환경 하역 설비 도입 등 근본적인 환경 개선 조치는 뒷전으로 미룬 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왜 이제야 항의하냐"고 쏘아붙이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 저버린 행태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한국중부발전은 지금이라도 비산먼지 피해 실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수십 년간 '검은 먼지'를 마시며 살아온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즉각적인 환경 개선 대책과 실질적인 피해보상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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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발전관계자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3800억원이 투입되는 시설이 내년 하반기 끝나면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취재본부 오광연 기자 okh295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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