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SM·YG·JYP, '패노메논' 합작법인 만든다…공정위 심사 중
내년 12월 서울·고양서 '패노메논' 첫발
2025년 대중음악 티켓판매액 9817억
공연장 부족 해소…세계적 축제 IP 육성
국내 K팝 산업을 대표하는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가 경쟁을 넘어 손을 맞잡는다. 글로벌 K컬처 축제 '패노메논(FANOMENON)'을 추진할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 따르면 대중위 음악분과에 참여하는 4개사는 패노메논 개최를 전담할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공정위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인 출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의 첫 사업은 2027년 12월 서울 도봉구 서울아레나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초대형 K컬처 축제다. K팝 공연을 중심으로 팬 시상식은 물론 게임·웹툰·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음식·패션·뷰티를 아우르는 전시와 체험 행사를 함께 선보인다.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한국 문화 전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축제를 지향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 행사가 방문객 52만명, 외국인 관광객 20만명을 유치해 약 1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합작법인은 패노메논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민간 기획사들이 행사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고, 정부는 관광·출입국·안전관리 등 공공 영역을 지원한다. 4개사는 소속 아티스트와 글로벌 네트워크, 공연 제작 역량을 결집해 해외 팬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 힘을 보탠다. 박진영 대중위 공동위원장은 "K팝 4개사가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별도 회사를 만들었다"며 "정부와 힘을 합쳐 공익적인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선 배경에는 급성장한 공연·팬덤 시장이 자리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대중음악 공연 입장권 판매액은 9817억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전체 공연시장 판매액 가운데 대중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56.7%에 달했다. 공연 건수는 전체의 19.8%, 공연 횟수는 5.7%에 불과했지만 입장권 예매는 764만장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대형 공연장의 흥행력은 더욱 뚜렷했다. 지난해 1만석 이상 공연장에서 판매된 대중음악 티켓은 약 358만장, 판매액은 약 530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중음악 티켓 판매액의 54%가 대형 공연장에서 발생했다.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도 대부분 대형 시설에서 열렸다. 대형 공연장을 확보해야 공연 수익은 물론 관광과 상품 판매 등 연관 소비까지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사 실적에서도 공연 사업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하이브는 2025년 전 세계에서 콘서트 250회와 팬미팅 29회 등 총 279회의 공연을 개최해 공연 부문에서만 76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69% 증가한 규모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스트레이 키즈와 트와이스 월드투어 흥행에 힘입어 공연 매출이 전년 대비 82.4% 증가한 188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입장권과 MD, 팬 서비스를 결합한 공연 사업은 대형 기획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2027년 패노메논 추진계획 발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반면 국내 공연 인프라는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높은 K팝 수요에 비해 대형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체육시설의 잔디 보호와 공연 설비 개선에 120억원을 투입하고, 서울아레나와 고양 K컬처밸리 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5만석 규모 돔구장 건립도 추진한다.
공연장 부족으로 정상급 K팝 가수들은 해외 돔구장과 대형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월드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와 유럽, 중남미 공연장을 찾는 팬들의 소비 역시 현지에 머무른다. 정부가 대표 축제와 대형 공연장 조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공연 소비를 국내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패노메논은 공연장이라는 공간에 세계 팬들이 매년 찾는 K팝 대표 IP를 입히는 프로젝트다. 합작법인을 통해 4개사가 일정과 출연진을 조율하면 협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 기획사가 추진할 때보다 대형 라인업 구성과 해외 마케팅도 수월해진다. 입장권 판매뿐 아니라 기업 후원, 온라인 중계, 한정판 상품 판매 등 다양한 수익 모델도 확보할 수 있다.
최휘영 대중위 공동위원장은 "해외 K팝 팬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며 "투입한 비용이 단순한 지출에 그치지 않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공동위원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행사가 흑자를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담보돼야 세계적인 가수와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부 창출이라는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필요한 범위에서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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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는 합작법인이 4개사만의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K팝 산업 전반이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일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4개사 소속이 아닌 가수와 중소 기획사도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출연료와 티켓, 후원 수익 배분 방식도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지원과 민간 수익의 경계도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개사가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면 K팝 산업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동 산업 기반 구축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들어가게 된다"며 "축제의 성패는 4개사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중소 기획사와 다른 문화산업으로 얼마나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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