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 예산 지원 대가로 뇌물 수수 혐의
1만 달러 수표는 선거 계좌에 입금

미국 주 정부의 한국계 최초 부지사로 주목받았던 실비아 장 루크(한국명 장은정) 하와이주 부지사가 코로나19 검사 사업 예산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28일 연합뉴스는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인용해 하와이주 오아후 대배심이 루크 부지사를 비롯해 전·현직 주 정부 관계자와 로비스트 등 5명을 뇌물수수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미국 주 정부의 한인 최초 부지사로 주목받았던 실비아 장 루크(한국명 장은정) 하와이주 부지사. 하와이 정부 공식 홈페이지

미국 주 정부의 한인 최초 부지사로 주목받았던 실비아 장 루크(한국명 장은정) 하와이주 부지사. 하와이 정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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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도를 보면, 로비스트이자 사업가인 토비 솔리둠은 2022년 초 하와이주가 지원하던 코로나19 지역 검사소 사업의 예산이 끊길 것을 우려를 해 당시 주 하원 재정위원장이던 루크를 접촉했다. 솔리둠은 같은 해 1월 20일 호놀룰루의 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루크, 자신의 의붓딸 크리스틴 페이, 전 주 하원의원 타이 컬런과 만났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에 협조하던 컬런은 이들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페이는 솔리둠과 자신의 이름으로 각각 발행된 5000달러짜리 수표 2장을 봉투에 담아 루크에게 건넸다. 솔리둠은 이어 "다음 주까지 3만5000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가 약속한 7만달러의 절반"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루크는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검찰은 솔리둠이 루크의 부지사 선거를 지원하는 대가로 코로나19 검사 사업에 추가 예산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솔리둠은 만찬에서 선거자금을 언급한 뒤 연방정부 자금을 활용해 코로나19 검사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지 물었고, 루크는 이를 확인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 측은 1만달러 수표가 이후 루크의 선거캠프인 '실비아 루크의 친구들' 계좌에 입금된 정황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루크는 코로나19 검사 사업을 위한 긴급 예산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추진했다. 루크가 위원장으로 있던 하원 재정위원회는 다음 달 코로나19 대응 사업에 향후 2개 회계연도 동안 1억7000만달러 이상을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해당 법안과 후원금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향후 재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루크는 1만 달러 상당의 수표 2장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뇌물이나 추가 후원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는 앞서 "후원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공직 생활 내내 진실성과 정직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루크 측이 해당 수표를 언제 반환했는지, 실제로 반환하기 전에 계좌에 입금했는지를 두고 해명이 엇갈리고 있다. 루크 측은 수표를 사용하지 않고 돌려줬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수표가 선거 계좌에 입금됐으며 관련 내역이 선거자금 보고서에 제때 기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는 '종이봉투 속 3만5000달러'의 행방을 둘러싼 의문도 남아 있다. 앞서 연방 검찰은 2022년 한 유력 주 의원이 종이봉투에 든 약 3만5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이번 주 검찰의 공소장에는 루크가 실제로 받은 돈으로 1만달러짜리 수표만 명시됐다. 종이봉투나 나머지 현금이 전달됐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루크는 지난 4월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선 출마를 포기하고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현재 하와이주 회계 총괄책임자인 키스 리건이 부지사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루크는 기소 당일 수사기관에 출석한 뒤 보석금 8만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부지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하와이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식적인 사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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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9세 때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한 한인 1.5세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8년 주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24년간 재임했으며, 2022년 부지사에 당선됐다.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미국 주 단위 선출직에 오른 인물로 평가받아온 만큼 이번 기소가 한인 사회와 하와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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