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필요성 넘어 '어떻게 합칠까'…실행계획 마련
경영평가 등 제도 정비도 검토
정부가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의 통합 실행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연구용역이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합칠 필요가 있는지, 통합한다면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를 따지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조직과 기능을 어떻게 재편하고 인력과 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배치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2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과 관련한 후속 연구용역 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용역의 구체적인 발주 시기와 과업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발전 5사 통합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현재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진행한 1차 연구용역을 통해 발전공기업 개편 필요성과 통합 방향을 검토중이다. 앞서 중간 보고회에서는 발전 5사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 대안으로 제시됐다. 발전사별로 분산된 기능을 하나로 모아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보다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1차 연구가 '통합이 필요한가'에 대해 답하는 단계였다면, 후속 연구는 '실제로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정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 법인의 조직 체계와 본부 구성, 발전원별 기능 배치, 본사와 사업소 운영 방식, 인력 재배치, 자산과 부채 처리, 자회사 및 출자회사 정비 등이 주요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
현재 발전 5사는 각각 기획·재무·인사·조달·정보기술·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의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유사하거나 중복된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합칠지, 통합 본사와 지역별 사업 조직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5개 본사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통합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반대로 기능을 대폭 통폐합하면 조직 축소와 인력 재배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경영관리 부문의 중복 조직 정리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현재 각 회사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인사·재무·기획·감사·홍보·조달 조직 등을 통합 법인에서 모두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전소 운영과 정비처럼 현장 중심의 기능은 상당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본사 공통 기능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업계에서는 발전공기업의 통합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전사 간 역할과 사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데다,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개별 회사 중심의 경쟁보다 공동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발전사별로 유사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 발전사업, 연료 조달, 연구개발 등에 각각 투자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합을 통해 연료 구매와 기자재 조달, 발전소 정비, 연구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통합의 큰 방향에 대한 공감과 실제 실행 과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조직과 기능을 어느 회사 중심으로 배치할지, 통합 본사를 어디에 둘지, 임직원의 직급과 보수 체계를 어떤 기준으로 맞출지에 따라 발전사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 있어서다.
발전 5사는 같은 한국전력 자회사이지만 회사별 인력 규모와 발전원 구성, 재무 상태, 조직 문화가 서로 다르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 등 주력 발전원에도 차이가 있고, 지역별 발전소와 본사 소재지도 제각각이다. 통합 과정에서 특정 회사의 조직이나 기능이 축소된다는 인식이 확산할 경우 내부 반발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복 인력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난제로 꼽힌다. 정부와 발전사 모두 인위적인 인력 감축에는 부담이 큰 만큼,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와 신규 채용 조정, 부서 간 전환 배치, 신사업 인력 재교육 등을 병행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회사별 승진 적체와 직급 체계, 보수 수준 등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발전사별로 실무자 3명씩 참여하는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통합 과정에서 예상되는 제도적·실무적 과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에서는 발전사 간 협업을 강화하려면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 체계도 통합 취지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발전사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발전사업 실적 등을 놓고 사실상 경쟁하는 관계다. 공동 사업보다 회사별 성과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평가 체계가 유지될 경우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협업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공동 사업 실적이나 발전사 간 기능 협력, 에너지 전환 기여도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TF 내부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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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방침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며 "경영평가 체계 개편은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데다 발전사 통합의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이 먼저 정해져야 본격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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