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유형별 투자 기준 마련 추진
손실 감내 수준 반영해 주식 투자 비중 권고
데이터 연계 관건…관계기관과 협업 추진

금융감독원이 가계의 소득과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제시하는 '가계 투자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올해 증시 상승 국면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데 이어 최근 조정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자, 가계의 손실 감내 능력에 맞는 투자 기준을 제시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위험자산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식 영끌·빚투 줄여야"…금감원, 소득·자산별 '투자 가이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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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부동산·금융자산 보유 현황과 소득, 부채 등 가계의 재무 상황을 반영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별 특성에 맞춘 자산배분 원칙을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시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빚투 문제가 심각한 만큼 가계 상황에 맞는 투자 기준을 안내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금감원이 보유한 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관계부처와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구상하는 가이드라인은 가구 구성과 자산 유형·규모, 소득, 부채 등을 기준으로 가계를 유형화한 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투자 권고 비중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손실 수준을 토대로 '연봉과 자산이 얼마인 경우 위험자산에 몇 %까지 투자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안내하는 일종의 투자 지침인 셈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에 자산 2억원을 보유한 30대 1인 가구와 40대 부부 합산 연봉 2억원에 자산 10억원,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일률적으로 '안전자산 70%, 위험자산 30%'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각 가계의 재무 구조와 손실 감내 능력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가계마다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다른데도 공격적인 투자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코스피 조정 이전부터 무리한 빚투와 증시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며 가계별 재무 상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주문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영끌·빚투 줄여야"…금감원, 소득·자산별 '투자 가이드' 만든다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신용거래융자 등을 활용한 빚투는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2조6716억원으로, 올해 초 27조4207억원보다 5조2509억원 늘었다. '그림자 빚투'도 여전히 증가세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처음으로 44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마통 잔액은 39조7257억원이었다.


이처럼 차입 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증시 조정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대매매 등 빚투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가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 반대매매와 미수채권이 늘어나 투자 손실 확대는 물론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신용거래융자 및 신용대출 부실로 금융권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개인 금융정보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정책 추진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면 가계가 보유한 자산과 부채, 소득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관건은 이 같은 금융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확보해 분석할 수 있느냐다. 관계부처·유관기관과의 데이터 연계가 필요한 만큼 세부 시행안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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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마다 자산 규모와 소득, 부채, 투자 목적,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 등이 모두 달라 획일적인 투자 비중을 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자산 30억원을 보유한 사람과 2억원을 보유한 사람에게 같은 투자 비중을 권고할 수 없는 것처럼 가계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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