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지·리트랙션 워치 공동 탐사보도
"원숭이 4마리 간 손상" 알고도 임상 강행
中 상하이교통대 특별조사단 조사 착수

중국 저명 학자가 6세 환자의 뇌 유전자 편집 임상시험 중 사망 사실을 감춘 채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리트랙션 워치'가 중국 상하이교통대 부속 신화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여아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리트랙션 워치'가 중국 상하이교통대 부속 신화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여아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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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상하이교통대 의과대학은 전날 성명을 내고 부속 신화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조사할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연구 윤리와 규정을 위반하는 의료 연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망 사실은 지난 23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와 연구윤리 감시단체 '리트랙션 워치'의 공동 탐사보도로 처음 공개됐다. 이들에 따르면 '메이(가명)'로 불린 6세 여아는 CHD3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스나이더스 블록-캄포 증후군'을 앓았다. 발달장애와 언어장애, 자폐 증상을 동반하지만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부모가 12억 자금 지원…"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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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의 부모는 딸의 치료법을 찾다가 환자 모임을 통해 신화병원을 소개받았다. 상하이교통대 신경과학자인 추쯔룽 교수는 세계 최초로 뇌를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편집 치료법을 개발 중이라며 부모를 설득했고, 부모는 친척 등에게 돈을 빌려 86만달러(약 12억 6000만원)에 달하는 개발 자금을 댔다고 한다.

추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3월 특정 염기를 교정하는 물질을 담은 바이러스 벡터를 메이의 척수강에 주입했다. 척수를 흐르는 뇌척수액을 통해 뇌 신경세포까지 도달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자 메이는 일주일 만에 중증 면역반응을 일으켜 숨졌다.


문제는 위험 신호가 이미 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진행된 원숭이 대상의 독성시험에서 시험 대상 4마리 모두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간 손상을 보였고, 고용량을 투여받은 1마리는 신장 손상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신화병원 윤리위원회는 최종 독성시험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은 채 지난해 1월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메이의 부모는 사이언스에 "여러 조치가 얼마나 이례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는지 당시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례를 검토한 유전자치료 전문가와 생명윤리 학자들 사이에서는 "부모가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망 감춘 논문…'한 줄기 희망' 보도에 사실 폭로


연구팀은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이 치료법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는 메이 가족의 자금 지원으로 진행한 생쥐 실험의 성공 사례가 담겼지만, 메이의 사망 사실은 빠졌다. 논문은 일부 과학자들에게 호평받았으며, 중국 중앙TV(CCTV)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가 메이 가족이 사건 공개를 결심한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역 보건당국은 지난해 9월 신화병원이 임상시험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상업적 후원 연구로 등록하지 않은 데 대해 3600달러(약 528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추 교수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 추 교수는 사이언스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으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모든 답변은 의과대학 지도부가 할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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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는 지난 1999년 미국의 초기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에서 18세 제시 겔싱어가 사망한 뒤 해당 분야 연구가 10년 가까이 위축된 사례를 거론하며 "위험한 치료법을 치명적이지 않은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먼저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정부 기관의 자금을 받는 연구였다면 더 엄격한 심사를 거쳤겠지만, 개인 후원 연구여서 과정이 허술했다고 짚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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