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하는 해수욕장·계곡 사유화
지자체의 뒷북 행정이 문제 키워

캠핑 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해수욕장에서 퇴거를 요구받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면 찜질방이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공공의 바다와 계곡이 일부 운영자와 상인들의 '영업장'처럼 이용되는 일이 올해도 반복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지만, 피서철이 돌아오면 개인 장비 반입 금지와 자릿세, 입장료 요구도 함께 되살아난다. 단순히 일부 업주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지자체의 허가와 현장 운영, 관리·감독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핑 의자 하나 폈을 뿐인데…"방해하지 말고 나가" 쫓겨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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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의 한 해수욕장을 찾은 A씨는 26개월 된 딸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캠핑 의자 하나를 펼쳤다가 운영위원회 관계자들로부터 철거와 퇴거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는 운영사무실에 금지 근거를 물었지만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피서철 해수욕장과 계곡 등에서 자릿세를 요구하는 일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현민 기자

피서철 해수욕장과 계곡 등에서 자릿세를 요구하는 일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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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건장한 남성 3명이 찾아와 "개인 장비를 펴면 누가 평상이나 파라솔을 빌리느냐", "남의 업장에서 영업을 방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고성이 오가자 A씨는 위협감을 느꼈고, 결국 딸을 안고 다른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자 운영위원회 측은 의자 자체가 아니라 안전요원의 시야를 방해하는 장소에 설치해 이동을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영덕군이 확인한 결과 A씨가 의자를 놓은 갯바위는 운영위원회가 피서 용품 대여 영업을 위해 점용·사용 허가를 받은 구역 밖이었다.

매년 되풀이하는 '공공 피서지 사유화'

결국 영덕군은 7월 23일 공식 사과했다. 군은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을 철거하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구역과 개인 장비 설치 가능 구역을 구분해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위원회가 안전을 이유로 들었더라도 허가구역 밖까지 이용객의 선택을 제한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떤 근거로 퇴거 요구가 이뤄졌는지, 운영위원회에 시정명령이나 위탁 제한 등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논란이 발생한 뒤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책임 소재와 후속 조치까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슷한 일은 계곡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채널A는 한 숯가마·찜질방 앞 계곡에서 물놀이하려는 방문객에게 찜질복으로 갈아입거나 식당과 찜질방을 이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

비슷한 일은 계곡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채널A는 한 숯가마·찜질방 앞 계곡에서 물놀이하려는 방문객에게 찜질복으로 갈아입거나 식당과 찜질방을 이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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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은 계곡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채널A는 한 숯가마·찜질방 앞 계곡에서 물놀이하려는 방문객에게 찜질복으로 갈아입거나 식당과 찜질방을 이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당 계곡에는 돌과 비닐로 물길을 막아 사실상 물놀이장처럼 만든 시설도 설치돼 있었다.

또 다른 계곡에서는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매표소가 세워져 있었고, 돗자리나 텐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1인당 4000원의 입장료를 요구했다. 업주는 쓰레기와 오물 관리를 위해 돈을 받는다고 주장했지만, 이용객들은 공공의 계곡에 접근하는 대가로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단속한다는데…한 달 만에 또 벌어진 논란

피서철 해수욕장과 계곡 등에서 자릿세를 요구하는 일이 매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도 강원 양양의 한 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개인 돗자리를 깔았다는 이유로 2만원의 자릿세를 요구받았고, 대여 파라솔과 돗자리를 이용하려면 4만원을 내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먼저 해수욕장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으면 허가된 구역에서는 일정한 독점적·배타적 사용 권리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권리는 허가서에 명시된 위치와 면적, 기간, 목적 안에서만 행사해야 한다. 특정 구역의 파라솔 대여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해수욕장 전체를 통제하거나 허가구역 밖의 이용객에게 장비 철거를 요구할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캠핑 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해수욕장에서 퇴거를 요구받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면 찜질방이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공공의 바다와 계곡이 일부 운영자와 상인들의 '영업장'처럼 이용되는 일이 올해도 반복하고 있다. 채널A

캠핑 의자 하나를 펼쳤다는 이유로 해수욕장에서 퇴거를 요구받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려면 찜질방이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공공의 바다와 계곡이 일부 운영자와 상인들의 '영업장'처럼 이용되는 일이 올해도 반복하고 있다.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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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법도 야영용품이나 취사 용품을 장기간 무단 설치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당일 물놀이를 하면서 사용하는 의자나 돗자리까지 해수욕장 전 구역에서 일률적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안전상 제한이 필요하다면 제한 구역과 이유, 적용 장비를 이용객이 알 수 있도록 사전에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앞서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올해 6월 해수욕장 파라솔과 튜브, 샤워장 등의 표준가격을 사전에 공개하고 바가지요금과 장기간 텐트를 설치하는 이른바 '알박기'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표준가격을 지키지 않는 위탁기관이나 단체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향후 위탁 계약을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한 달 만에 개인 캠핑 의자 반입을 둘러싼 퇴거 논란이 발생했다. 가격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공공 공간을 영업 구역처럼 통제하는 관행까지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왜 매년 반복되나…'운영은 민간, 책임은 지자체'

문제가 반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허가구역을 현장에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영자만 허가 도면과 조건을 알고 이용객은 어디가 유료 대여 구역이고 어디가 자유 이용구역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분쟁이 발생하면 운영자는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이용객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공 피서지의 사유화를 막으려면 개장 전부터 허가구역과 무료 이용구역, 대여 요금, 금지행위를 지도와 QR코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개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해변 가장자리의 불편한 장소가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면적으로 확보하고 피서객에게 고지해야만 매년 반복하는 사유화 논란을 막을 수 있다. 김현민 기자

공공 피서지의 사유화를 막으려면 개장 전부터 허가구역과 무료 이용구역, 대여 요금, 금지행위를 지도와 QR코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개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해변 가장자리의 불편한 장소가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면적으로 확보하고 피서객에게 고지해야만 매년 반복하는 사유화 논란을 막을 수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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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안전관리와 영업이 한 조직에 섞여 있다는 점이다. 해수욕장 운영위원회나 마을단체가 안전과 질서 유지에 관여하면서 동시에 파라솔과 평상 대여 수익도 올리면 개인 장비가 안전 문제가 아닌 '매출을 줄이는 방해물'로 취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자체의 사전·사후 대응 미흡이다. 현수막과 시설을 개장 전에 점검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도 SNS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뒤에야 철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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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정리 해수욕장 또한 논란 전까지 '개인장비 반입금지'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었고, 영덕군은 사건 발생 후에야 허가구역과 개인 장비 이용구역을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공 피서지의 사유화를 막으려면 개장 전부터 허가구역과 무료 이용구역, 대여 요금, 금지행위를 지도와 QR코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개인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해변 가장자리의 불편한 장소가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면적으로 확보하고 피서객에게 고지해야만 매년 반복하는 사유화 논란을 막을 수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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