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조 단위 적자를 내던 시절 삼성전자를 떠받친 것은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 사업이었다. 협력업체는 생산 현장을 지켰고 정부도 세제와 금융으로 산업을 뒷받침했다. 이후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반도체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자 성과의 몫은 반도체 부문으로 쏠렸다. 회사를 버티게 한 힘은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성과를 나누는 기준은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아시아경제가 진행 중인 'N% 성과급이 남긴 것'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공통된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얼마를 나눌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논쟁이 남긴 가장 큰 질문도 결국 거기에 있었다.

누구도 성과급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성과를 낸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성과급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액수를 먼저 정하고 원칙은 나중에 논의하는 방식에는 공통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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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의를 거치며 새삼 주목받은 것은 기존 성과급의 상한선이다. 상한선은 단순히 지급액을 제한하는 장치가 아니라 기업 성과 가운데 어디까지를 노동의 기여로 볼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라는 평가다. 업황과 환율, 공급 부족 등 외부 요인이 만든 초과이익을 일정 부분 걸러내는 완충장치 역할도 했다. 상한이 사라지면서 그 장치도 함께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기획을 관통한 또 다른 화두는 보상과 위험의 균형이다. 기업은 투자 실패와 기술 변화의 위험을, 협력업체는 특정 기업에 맞춘 설비·인력 투자의 위험을 부담한다. 반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받는 구성원은 호황기의 이익은 공유하지만 불황기의 손실까지 함께 부담하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만큼 누가 어떤 위험을 부담했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으로 초과이익 배분을 강제하는 방식에는 대체로 반대했다. 정상이익과 초과이익의 경계를 객관적으로 나누기 어렵고 초과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사 교섭에만 맡겨서는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결국 필요한 것은 퍼센트를 정하는 협상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받는 배분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배분 원칙은 공유하되, 구체적인 방식은 기업과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여지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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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논쟁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호황과 불황, 초과이익과 손실은 기업 경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같은 갈등이 업종 전반으로 확산돼 산업 경쟁력의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다음 논의는 '얼마를 더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과 기업의 자율성이 균형을 이룰 때 성과급도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박소연 산업부장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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