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총액 99% 뛰었지만 출품은 11%↓…미술시장 '초고가 쏠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2026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
나라·쿠사마 2점 상반기 전체 낙찰총액 23% 차지
온라인 경매 위축·갤러리 구조조정 확산
"제시가와 검증 가격 구분 체계 필요"
100억원대 작품 두 점이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시장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낙찰총액은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출품작 수는 줄었다. 자금은 일부 해외 블루칩 작가와 대형 경매사, 오프라인 경매로 몰렸다. 시장 회복이라기보다 초고가 작품 중심의 선별 장세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가 발간한 '2026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은 1108억66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56억6836만원보다 99.05% 늘었다. 반면 출품작 수는 9607점에서 8547점으로 11.03% 감소했다. 거래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일부 고가 작품이 총액을 키운 구조다.
실적을 좌우한 것은 3월 서울옥션 경매였다. 나라 요시토모의 'Nothing about it'은 150억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경매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도 104억5000만원에 팔렸다. 두 작품 합산액은 254억5000만원으로 상반기 전체 낙찰총액의 23.0%를 차지했다. 한 경매에서 100억원 이상 작품 두 점이 동시에 낙찰된 것은 국내 경매시장 첫 사례다.
100억대 2점 빼면 '회복' 단정 어려워
표면 지표는 호황이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올해 상반기 낙찰총액 증가액 551억3831만원 가운데 나라 요시토모와 쿠사마 야요이 두 작품 낙찰가가 46.2%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99.05% 증가율을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고가 작품 쏠림도 뚜렷했다. 10억원 이상 낙찰 작품은 지난해 상반기 1점에서 올해 8점으로 늘었다. 이 중 해외 작가 작품이 5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가 낙찰작이 이우환의 'Dialogue' 1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100억원대 해외 블루칩 거래 성사 여부에 크게 좌우됐다.
수혜도 일부 경매사에 집중됐다. 서울옥션의 낙찰총액은 210억3175만원에서 623억2670만원으로 196.3% 증가했다. 케이옥션도 252억1500만원에서 386억8090만원으로 53.4% 늘었다. 반면 에이옥션은 37.9%, 라이즈아트는 20.2% 감소했다.
2026년 상반기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은 전년 대비 99.05% 증가했지만 출품작 수는 11.03% 줄었다. 나라 요시토모와 쿠사마 야요이의 100억원대 작품 두 점이 전체 낙찰총액의 23.0%를 차지하며 초고가 작품 쏠림을 키웠다.
원본보기 아이콘온라인 줄고 오프라인 고가 경매로 쏠렸다
거래 채널도 갈렸다. 오프라인 경매 낙찰총액은 483억7650만원에서 1048억1321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온라인 경매 낙찰총액은 72억9186만원에서 59억9386만원으로 줄었다. 온라인 경매 횟수도 78회에서 56회로 감소했다. 온라인 출품작 수 역시 6629점에서 5658점으로 14.65% 줄었다.
이는 시장 회복이 중저가 작품이나 신규 컬렉터층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고가 작품은 대형 오프라인 경매에서 거래됐지만, 시장 저변을 떠받치는 온라인 경매는 위축됐다. 거래 규모는 커졌지만 참여 폭은 좁아진 셈이다.
해외 경매시장도 비슷했다.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3사의 상반기 합산 낙찰총액은 67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0.1% 늘었다. 그러나 낙찰 작품 수는 4.5% 증가에 그쳤다. 단일 컬렉션 경매 매출은 21억7000만달러로 3사 전체 낙찰총액의 32%를 차지했다. 국내외 모두 거래량 확대보다 소수 고가 자산에 자금이 몰렸다.
갤러리도 '확장' 접고 '선별'로
경매시장의 쏠림은 1차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갤러리 시장 역시 신규 확장보다 핵심 작가와 주요 거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 갤러리는 6월 소속 작가 약 50명과 직원 약 50명을 줄이는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외 갤러리의 철수와 휴업도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계 VSF, 독일계 쾨닉,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 원앤제이갤러리 등 최소 4곳이 휴업·철수·폐업을 결정했다. 카이가 게이트키퍼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1차 시장 전망은 부정 35.7%, 긍정 20.0%, 중립 44.3%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아트테크 사기 사건도 시장 신뢰의 변수로 짚었다. 2026년 7월 서정아트센터 대표는 미술품 투자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보고서는 검증되지 않은 가격이 투자의 기준이 될 경우 미술시장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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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관계자는 "화려한 지표는 시장 전반의 온기 회복이 아니라 검증된 국제 블루칩 작품과 상위 경매사로의 선택적 집중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최근 아트테크 사기 사건 1심 판결이 보여주듯 판매자 제시가와 실제 시장에서 검증된 가격을 구분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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