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질적 평가체계로 전환"
표면적 정책보다 실제결과 확인
지난 3월 효성티앤씨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여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계열사인 효성중공업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로 정관 변경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가 아닌 직접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내 주식을 대신 맡기는 자산운용사(위탁운용사)들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2일 의결한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점검 체계 도입방안'을 소개하며 "평가 초점이 정책 보유보다 책임활동의 체계성과 실제 이행 수준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탁자 책임활동'이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주주로서 권리를 얼마나 성실하게 행사하는지를 뜻한다. 앞서 효성티앤씨 사례처럼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기업과 대화를 나누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가 관련 정책을 갖추고 있는지, 책임투자 보고서를 냈는지만 확인해 2점의 가점을 주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개편으로 이 평가는 위탁운용사 선정과 정기평가의 본 배점, 즉 100점 만점 안으로 편입된다.
이진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탁자 책임활동이 부수적인 가점요소에서 운용사의 책임투자 역량을 판단하는 정식 평가요소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정책과 보고서의 존재 여부만 확인할 뿐이어서 운용사별로 실제 책임활동 수준이 얼마나 다른지 가려내기 어려웠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이 평가 결과를 위탁자금을 추가로 배정하거나 회수하는 과정에도 연계할 계획이다.
새 평가체계는 3개 영역, 7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정책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계열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에 대해서도 일관된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는지 ▲다른 기관투자자와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했다면 그 판단 근거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핀다.
이 연구원은 "형식적인 제도 보유 여부보다 책임활동의 실질적인 이행과 그 근거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한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의 평가 초점이 정책의 존재 자체보다 실제 책임활동의 수행 과정과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는 이런 흐름과 맞물려 또 다른 변화도 예정돼 있다.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법정 공시로 편입되면서 ESG 관련 정보의 신뢰도와 검증 기준 자체가 강화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두 변화는 별개의 제도이지만 방향성은 같다"며 "ESG 관련 정보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실제 활동과 성과로 뒷받침되는가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위탁운용사가 제출하는 보고서의 성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발간한 '2025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 연차보고서'를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으며 "활동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정량지표와 비교 기준을 활용해 책임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3개년치 의결권 행사 결과를 함께 제시하거나, 반대 의결권을 이사·감사 선임·정관변경·보수 등 유형별로 나눠 설명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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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활동의 양보다 판단 근거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활동 결과와 성과까지 연계해 제시하는 보고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탁운용사가 보고서에 충실히 담아야 할 핵심으로는 판단 근거(Evidence)와 실제 성과(Outcome) 두 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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