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는 있는데 '사표'는 없다?…정성호 '사의 표명' 부인한 靑의 고민
鄭 "새 술은 새 부대에"…"오래 전부터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전달"
靑 "공식 확인 없어, 사실 아니다"
남미 순방 중 검찰개혁·당정 관계 관리 포석 관측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청와대는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다면서 부인하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공식 절차를 거쳐 전달된 사의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인데, 이 대통령이 남미 3개국 순방 중이고 검찰개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무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의 공식적인 사의 표명은 확인된 바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과 청와대 사이에 별도의 소통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각에 대해서도 "정해진 일정이나 예측된 상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 장관의 공개 발언은 이미 청와대 설명보다 여러 걸음 앞서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큰 틀에서 검찰개혁이 대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이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오는 10월 2일 출범하면 "검찰개혁의 95%는 달성된다"고도 했다.
그는 사의 배경에 대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발표하기 전부터 생각해왔다"며 수개월 동안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주변에 계신 분들과 많이 의논해오던 차였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대통령에게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사퇴 의지는 오래전부터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전달했다"며 "당에 가서 중심을 잡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거취가 주목받는 것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당정 간 이견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지난 15일 법사위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경찰이 처리한 사건을 검찰에 모두 넘기는 전건송치 제도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건송치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억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범죄 피해자를 구제할 최소한의 장치를 남겨야 한다는 신중론이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다. 사의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도 당론 확정 직후였던 만큼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건강 문제와 당 복귀 구상을 오래전부터 고민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 퇴진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제도를 직접 설계하고 집행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청와대는 정 장관의 '개인적 의중'과 대통령에게 전달된 '공식 사의'를 엄격히 구분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참모들과 거취를 상의했거나 언론에 사퇴 의사를 밝혔더라도,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밝히거나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인사 절차상 사의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런 청와대의 대응은 정 장관의 발언을 곧바로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이면 브라질 등 남미 국가를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반려할지를 선택해야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상황에서 언론 보도와 장관의 공개 발언에 떠밀려 인사 일정이 정해지는 모양새도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로서는 이 대통령 귀국 뒤 직접 면담과 정식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공식 사의가 없다'는 말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당내 균열이 깊어지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청와대가 경계하는 대목이다. 정 장관의 사의를 공식화하면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 주무 장관이 여당의 당론 결정에 반발해 물러나는 구도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법을 둘러싼 당정·당내 충돌이 더욱 확산할 수도 있다. 야권이 "레임덕의 신호탄", "사표 정치쇼"라고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익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을 앞둔 업무 연속성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직과 인력 배치, 사건 이관, 하위 법령 정비 등 민감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수장을 교체하면 제도 안착을 책임질 주체가 없어 이 대통령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날 브라질 현지에서 주재한 화상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수청 개청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도 끝까지 책임을 다해달라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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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정 장관이 오랜 기간 함께한 최측근인 만큼 이 대통령의 뜻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검찰 개혁과 관련한 각종 보완책을 강구하는 데 힘을 쏟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정 장관이 짧은 기간 여러 차례 다양한 통로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번 상황은 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이후에나 상황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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