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0여명 첫 '모두의 토론회'
병기 찬성 104명·반대 101명
전시·디지털 콘텐츠 대안에는 155명 동의

광화문에 기존 한자 현판과 한글 현판을 함께 달지를 놓고 국민 200여 명이 공개 토론을 벌였지만 찬반은 팽팽하게 갈렸다. 다만 고증을 거쳐 복원한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전시나 디지털 콘텐츠 등 다른 방식으로 한글의 가치를 알리자는 의견에는 참가자 10명 중 8명가량이 동의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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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를 주제로 첫 '모두의 토론회'를 열었다. 성별·연령·권역별 인구 분포를 고려해 사전 선발한 국민 200여 명과 역사·문화유산·한글·도시경관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가 발제와 패널 토론, 소그룹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 뒤 실시한 설문에서 '한자 현판을 그대로 두고 한글을 함께 표기하면 문화유산의 가치와 한글의 상징성을 함께 살릴 수 있다'는 문항에는 104명이 동의하고 101명이 반대했다. 찬반 격차는 3명에 그쳤다.

반면 '문화유산은 고증을 거쳐 복원된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문항에는 '매우 그렇다' 107명, '그렇다' 63명 등 170명이 동의했다. 전체 응답자 205명의 약 83%다. '한글 현판을 병기하지 않더라도 전시·행사·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한글의 가치를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문항에도 155명이 동의하고 49명이 반대했다.


토론 전후 참가자들의 의견 변화는 크지 않았다. 원형 유지 문항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64명에서 63명으로 줄고 '아니다'가 23명에서 24명으로 늘었을 뿐, 강한 찬반 응답은 그대로였다. 한글 현판 병기 문항도 찬성 측은 104명, 반대 측은 101명으로 토론 전과 비교해 전체 분포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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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은 광화문이 조선의 법궁 정문을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상징 공간인 만큼 한글이라는 현재의 정체성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장은 "기존 문화유산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라며 한글 현판 병기를 제안했다.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사례로 제시하며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대 측은 한글의 가치와 현판 설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가유산관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려는 취지가 문화유산의 형상을 변경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현판 대신 전시·해설·교육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배웅규 중앙대학교 도시시스템공학전공 교수도 한글 현판 추가가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한글의 상징성을 불필요하게 충돌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브르 사례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유리 피라미드 건설 과정에서 기존 루브르궁의 형상은 바뀌지 않았다"며 광화문 현판 병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서 현장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에서 현장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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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 조로 나뉘어 진행된 시민 토론에서는 한글 현판 설치뿐 아니라 드론쇼와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파사드, 상설 전시, 디지털 안내 콘텐츠 등을 활용하자는 대안이 나왔다. 과거 집현전의 기능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살려 한글의 상징성을 부각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현재 광화문에는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한자 현판이 걸려 있다. 1968년 콘크리트 구조로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설치됐고, 2010년 목조 광화문 복원과 함께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의 한자 현판으로 바뀌었다. 2023년에는 고증 결과에 따라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를 적용한 현판이 새로 설치됐다.


이번 설문은 설치 여부를 확정하는 표결이 아니라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다. 문체부는 토론에서 나온 의견과 설문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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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논의는 광화문의 역사성과 한글·한자의 상징성을 오늘의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토론하고 숙의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 공론의 장"이라며 "광화문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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