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책대출 잔액 180조 육박
신규대출, 직접융자 연간 계획 97% 불용
은행 재원 활용한 이차보전 대출잔액 급증
"집행실적 편중 심화…국토부 재량 지나쳐"
정부 기금을 활용한 부동산 정책대출 잔액이 지난해 18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보다 12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정부가 직접 빌려주는 금액을 대폭 줄인 반면 은행 자금을 활용하는 이차보전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차보전이란 정책대출 금리와 시중 금리 간 차이만큼을 정부가 금융기관에 메워주는 방식이다. 적은 돈으로 수혜 대상을 늘릴 수 있지만 일회성 비용으로 지출돼 회수가 안 된다. 금리 인상기에는 정부 지출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어 국회에서도 그간 무분별한 확대를 우려해왔던 방식이다.
26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2025년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대출 잔액은 177조851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4년 정책대출 잔액(166조1493억원)과 비교하면 11조7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대출방식별로 보면 정부가 주택구입·전세자금 명목으로 직접 내어준 융자의 잔액이 39조6126억원, 이차보전 방식을 활용한 대출은 138조2392억원이다.
일선에서 접하는 디딤돌(주택구입자금)·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이 주로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하는 정책대출이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시중금리보다 2~3%포인트가량 낮은 편으로 일정한 소득·자산 요건을 갖추면 쓸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부동산 거래 시 구입하는 채권이나 청약통장 납입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리한다.
과거에는 기금에서 직접 융자해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는데 수년 전부터 은행 재원을 활용한 이차보전 방식을 통한 대출이 빠르게 느는 추세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전체 정책 대출에서 이차보전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7.7%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신규 대출을 기준으로 보면, 직접 융자해준 규모는 4357억원에 불과한 반면 이차보전 방식은 34조116억원에 달한다.
이차보전 방식은 적은 재원으로 대출 가능한 인원을 늘릴 수 있다. 가령 정부가 10억원으로 한 명당 1억원씩 직접 대출해준다면 10명이 받는다. 이차보전 방식을 활용하면 수십 배 늘릴 수 있다. 정책대출과 은행 금리 차이가 2%포인트라면, 우선 은행이 자기 자금으로 한 명당 1억원씩 빌려주고 금리 차이만큼인 200만원을 정부가 추후 메워주면 된다. 500명이 받을 수 있게 된다.
수혜 대상을 늘린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무분별한 가계대출 확대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폐해가 크다. 직접 융자해주는 대출은 약정 기간 후 회수가 가능한 반면 이차보전 방식은 은행의 손실을 메워주는 금액인 만큼 소모성 지출이다. 미래 지출 규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점도 단점이다. 주택구입 대출은 10년 넘는 장기계약도 많은데, 수년 후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은행에 보전을 약정해줘야 한다.
지난해 정책대출을 다루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직접 융자의 경우 당초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14조원 이상을 쓰기로 계획했었다가 실제로는 4357억원만 지출, 집행률이 3%에 불과하다. 반면 이차보전 방식 예산은 당초 계획 대비 92%를 지출, 대부분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러한 정책대출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부족해 은행 자금을 활용한 이차보전 방식 중심으로 집행했다고 국회에 설명했다.
국민 쌈짓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과 관련해 수조 원이 얽힌 사안임에도 국회 등 외부에 미리 알리는 절차 없이 임의로 결정했다. 임동훈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보고서에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한 후 국회의 심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계획과 집행실적 간 괴리가 과도하다"면서 "집행실적이 하나의 정책 수단에 편중된 정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토부의 재량이 지나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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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직접 융자를 축소해 남는 재원을 여유자금으로 운용하고 이차보전 방식에 집중할 계획이 있었다면 기금운용계획안에 반영해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받았어야 했다"며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회수 불가능한 재원 규모를 면밀히 따지고 기금 자체 재원을 활용한 융자의 적정한 규모를 산출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도시기금의 불투명한 운용에 대해선 그간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결국 주택도시기금의 지배구조와 연관된 사안으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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