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고흥·무안·서산 더해 15만6386㏊, 6개 연속유산으로
한국 첫 '중대한 경계 변경'…2021년 권고 5년 만에 이행
부산 공동선언으로 한·중·북 연안 연결…3단계 확대는 과제로

25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장. 한국이 안건 당사국인 만큼 이병현 의장 대신 회의를 맡은 피에르 파예 부의장(세네갈 주유네스코 대사)가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결정을 선언했다. 결정문이 통과되자 한국 대표단은 '한국의 갯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회의장은 박수로 뒤덮였다. 2021년 첫 등재 당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반려 권고를 가까스로 뒤집었던 갯벌이 5년 만에 더 넓은 세계유산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박수현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갯벌이 위치한 지역 단체장들이 축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박수현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갯벌이 위치한 지역 단체장들이 축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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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뒤 벡스코 제1전시장 102호에서는 축하보다 다음 질문이 먼저 나왔다. 공식 부대행사 '국경을 넘어 날아오르다(Flying Beyond Borders)'가 시작되자 스크린에 한반도 서해안과 중국 연안을 잇는 황해 지도가 펼쳐졌다. 제니퍼 조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총장을 비롯한 발표자들은 '연결성(connectivity)'과 '이동경로(flyway)', '협력(collaboration)'을 거듭 강조했다. 철새에게 국경은 없고, 갯벌 생태계 역시 한 나라의 경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날 확대 등재로 기존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에 충남 서산과 전남 무안·고흥·여수 갯벌이 더해졌다. 유산은 보성-순천-여수-고흥 갯벌과 신안-무안 탄도만 갯벌, 무안 함해만 갯벌, 고창 갯벌, 서천 갯벌, 서산 갯벌 등 여섯 개 구성요소로 재편됐다. 총 유산 면적은 15만6386㏊, 완충구역은 10만5303㏊다. 1단계보다 유산 면적이 약 22% 넓어졌다.

단순히 네 지역의 이름을 목록에 더한 것은 아니다. 이번 심사는 기존 세계유산의 정체성과 완전성을 다시 평가하는 '중대한 경계 변경(Significant Boundary Modification)' 절차로 진행됐다. 유네스코 운영지침상 신규 등재와 같은 수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절차다. 한국 세계유산이 중대한 경계 변경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단계 등재가 '추가'라기보다 '재검증'에 가까운 이유다.


도전은 2010년 시작됐다. 그러나 2018년 처음 제출한 신청서는 지도 축척과 관리 주체 등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세계유산센터에서 반려됐다. 서류를 보완해 다시 도전했지만, 2021년에는 IUCN이 유산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반려 의견을 냈다. 정부는 신청을 철회하는 대신 위원국 교섭에 나섰고, 21개 위원국 가운데 13개국이 공동 서명한 수정안이 채택되면서 첫 등재를 끌어냈다. 대신 세계유산위원회는 당시 유산의 생태적 완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추가 갯벌을 포함한 2단계 확대를 요구했다.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 2단계 등재가 확정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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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가가 달랐다. IUCN은 새 지역의 가치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지역사회와 폭넓게 협의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여자만 전체를 포괄하도록 보성-순천 갯벌을 여수·고흥까지 넓히고, 신안과 무안 탄도만을 연결한 데 이어 무안 함해만과 서산 갯벌을 독립 구성요소로 포함하면서 황해 동쪽 연안의 서식지 연결성을 보완했다.


확대된 유산에서는 식물과 동물 2454종이 확인됐다. 조류는 216종으로, 이 가운데 물새 114종, 도요·물떼새류 44종, 세계적 멸종위기종 24종이 포함됐다.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등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주요 종들이 이곳에서 먹이를 얻고 쉬거나 번식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생물다양성과 멸종위기종 보전에 중요한 자연 서식지에 적용하는 세계유산 등재기준 제10호를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세계유산의 경계가 넓어진 날, 보전 논의도 한국의 국경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과 유네스코, EAAFP, 중국 옌청습지자연유산보전관리센터 등은 '황해 갯벌 및 연안 습지 보전을 위한 협력에 관한 부산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의 갯벌과 중국 '황해-보하이만 연안 철새보호구역', 북한 잠정목록에 포함된 서해안 연안 습지를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로 보고 보전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여수갯벌.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여수갯벌.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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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은 정치적·관할권 문제를 다루지 않는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인 협력체계다. 참여 기관들은 조간대와 철새 개체군 공동 모니터링, 데이터와 조사방법 공유, 퇴적물 변화와 기후위기 공동 연구, 침입종 스파르티나 관리, 갯벌 복원기술 개발, 지역사회와 유산 관리자 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 담당자를 지정하고 12개월 안에 첫 기술조정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협력 과제와 일정을 마련한다.


이는 이번 세계유산위원회가 기존 5대 전략목표인 신뢰성·보전·역량강화·소통·지역사회에 '협력(Collaboration)'을 여섯 번째 목표로 추가한 뒤 나온 첫 실천 사례다.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국가별 경쟁을 넘어, 이동하는 철새와 연결된 생태계를 공동 관리하는 체제로 옮겨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2단계 등재가 종착점은 아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의 지지를 확보한 추가 갯벌을 분석해 후속 단계 등재를 추진하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강화갯벌을 비롯한 인천 연안에서는 이미 3단계 등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네스코는 연안 개발과 해상풍력, 육상·해양 오염, 수산자원 감소, 기후변화가 갯벌의 완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감시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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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확대 등재는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고,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와 유산의 완전성을 강화한 성과"라며 "한국의 갯벌이 대한민국만의 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지속가능한 활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부산=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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