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후해전’ 개봉일 전날까지 예매 시작 안 돼
한족 민족주의에 막혀…통일 선전이 이념 갈등
중국이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한 대형 역사영화가 정작 중국 내부의 역사관 논쟁에 휘말리며 개봉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청나라가 대만의 한족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를 소재로 삼은 것이 오히려 한족 민족주의 세력의 반발을 불러왔다.
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영화 '펑후해전'이 당초 25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개봉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예매가 시작되지 않았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개봉 철회설이 확산했고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지만, 이후 관련 게시물과 검색어는 잇따라 삭제됐다. 영화관에도 배급 통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홍콩 출신 정바오루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두장과 자오리잉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제작진은 수만㎡ 규모의 세트장을 조성하고 50척의 모형 군함과 4만500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하는 등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했다.
작품은 청나라 강희제 시절인 1683년 푸젠성 해군 제독 스랑이 펑후해전에서 정성공 일가가 세운 명정(동녕국) 정권을 무너뜨리고 대만을 청나라에 편입시킨 역사를 그렸다. 영화는 '대만 통일은 막을 수 없는 대세',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일부'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중국 당국이 적극 홍보해온 이른바 '국가 중점 영화' 프로젝트다.
그러나 영화가 공개되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커진 한족 민족주의 성향의 '황한' 세력과 명나라를 정통 왕조로 보는 '명분' 지지층이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한족 정권을 무너뜨린 역사를 미화했다며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원나라와 청나라를 중국의 정통 왕조로 인정하지 않으며, 청나라에 맞서 싸운 동녕국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이같은 역사관이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다민족 통일국가' 서사와 정면으로 대립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족뿐 아니라 만주족, 몽골족, 티베트족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중화민족을 이뤘다는 역사관을 공식 입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경선 역시 상당 부분 청나라 시기에 확립된 만큼 청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할 경우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네이멍구 등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영화 관련 부정적인 게시물을 대거 삭제했고 중국 최대 영화 평가 사이트 더우반은 평점과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영화 공식 웨이보 계정도 지난달 이후 사실상 홍보를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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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영화가 역사와 현재의 양안(중국·대만) 관계를 지나치게 직접 연결한 점이 검열 당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작사의 경영진과 지분 구조 변경도 개봉 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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