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요새에 둘러싸인 지하핵시설
美·사우디 핵협정, 요동치는 중동정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전장의 한복판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지하 핵시설로 추정되는 이곳을 "조만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란은 곡괭이산 폭격을 "전쟁 확대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보복을 예고했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폭등하고 있고,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 전역의 핵 확산 우려까지 겹쳤다.

나탄즈 인근 대규모 지하핵시설…산 전체가 천연요새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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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괭이산은 이름 그대로 산의 형상이 곡괭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란 중부에 위치한 이 산은 해발 약 1600m 규모로, 지난해 6월 미국이 '미드나잇 해머' 작전으로 폭격했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불과 1.6㎞ 떨어져 있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 전체가 지하핵시설을 품은 천연요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이란이 2020년부터 이 산 아래 요새화된 시설을 구축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지난해 6월 공습 이후 이란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천 대를 이곳으로 옮겼다고 지목했다.


의혹의 출발점은 지난해 공습 직후의 '이상 징후'였다. 나탄즈 지상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알려졌음에도 방사능 유출이 예상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습 전에 이미 원심분리기와 핵물질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그 유력 후보지로 곡괭이산이 꼽혔다. 이란 역시 2020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 지역을 '핵시설이 들어설 예비 부지'로 신고한 바 있다. 나탄즈에 이어 농축시설을 추가 건설할 부지로 확보해 뒀다는 의미다. 다만 이란은 이후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텅 빈 지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곳은 지형 자체가 복잡한 데다, 이란이 주변에 상당한 방공 자산을 은닉해 놨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위성 정보에서는 최근 이 일대에 보안벽이 세워지고 출입구가 보강되는 등 공격에 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미 정보당국은 지하핵시설이 최소 100~150m, 깊은 곳은 250m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인 GBU-57의 관통 거리가 약 60m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발 타격으로는 시설에 닿기조차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란, 후티반군 동원 홍해도 봉쇄…국제유가 급등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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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후,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얀부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400만 배럴로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 물동량도 하루 740만 배럴까지 치솟았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 수준이다.


그런데 후티 반군이 지난 20일 사우디를 겨냥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이 우회로마저 막혔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동시에 막힐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후티 반군이 이란처럼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할 전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이란이 수천 대의 드론과 다량의 미사일, 정규 해군을 보유한 것과 달리 후티는 해군력이 취약하고 드론·미사일도 상당 부분 이란의 지원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위협이 되는 것은 민간 유조선 입장에서는 드론 한 대만 맞아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봉쇄 능력보다 운항 기피를 유발하는 효과가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이 전쟁의 방정식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며 "우리가 석유를 팔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그 누구도 석유를 팔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는 이란 정규군이, 홍해는 후티가 틀어막아 중동 산유국 전체의 수출길을 봉쇄하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해 항행의 자유는 미국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몇 달째 호르무즈조차 정상화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중동 정세 흔드는 美·사우디 원자력 협정

美·이란 전쟁 새 키워드로 떠오른 '곡괭이산'은 어디일까[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중동 안보를 뒤흔든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과 사우디의 민간 원자력 협정, 이른바 '123 협정'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2일 협정에 서명했다. 미 에너지부는 수십 년간 이어질 수십억 달러 규모 협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지만, 협정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자국 내 우라늄 농축·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다. 미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협정에는 이 조항이 포함됐지만, 이번 사우디 협정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농축을 저지하겠다며 전쟁까지 불사한 미국이 사우디에는 농축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UAE에서 "사우디와 동일한 조건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고, 튀르키예·이집트 등 역내 주요국도 같은 요구를 들고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에 "우라늄 농축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이번 협정은 전적으로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역대 미 행정부가 사우디의 수십 년 묵은 요구에 붙여 온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단서를 사실상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협정 원문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서명 시점과 조건 언급 사이에 시차가 있어, 이스라엘과 미 의회 안팎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협정은 미 원자력법에 따라 의회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며, 민주당은 "중동 핵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 편에 서라"… 양자택일 강요하는 트럼프

전문가들은 일련의 움직임을 하나의 메시지로 읽는다. 적국 이란의 핵시설은 부수고, 동맹 사우디에는 원자력 협력의 문을 열어주는 대비를 통해 중동 국가 전체에 "미국 편에 서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손을 잡으면 그동안 막혀 있던 것도 열리고, 저항하면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양자택일의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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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동 국가들이 대미 외교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해 온 배경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있었다. 이스라엘과 척진 자국 여론 탓에 미국·이스라엘과 깊이 손잡기 어려웠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우리는 이스라엘과 다르다"는 신호를 통해 이 부담을 덜어주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키거나, 역내 동맹과 힘을 모아 군사적 타격을 극대화하는 두 갈래 중 하나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면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지만, 자칫 더 큰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정책 전환이 미국이 수십 년간 짜온 중동 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후세인 정권 하나를 제거한 뒤 중동 전역이 대혼란에 빠졌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이란 전쟁 새 키워드로 떠오른 '곡괭이산'은 어디일까[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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