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교역 팰루시드 500억원 대출, 3분 만에 소진
은행권 "자체적으로 풀면 총량 제한 초과·형평성 어긋나"
"금융위 총량 규제 예외 등 조치에 따라 방향 정할 것"

신규 입주 아파트의 잔금 집단대출을 제한한 시중은행들이 금융위원회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 현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대출 증가 제한 규모에 이미 도달했거나 임박해 신규 대출을 재개하기 어렵다며 당국의 예외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18일 입주가 시작되는 경기 수원시 매교역 팰루시드(총 2178가구)와 관련해 하나은행이 마련한 500억원 규모의 잔금 집단 대출이 지난 24일 오전 10시 시작 3분여 만에 한도가 소진돼 조기 마감됐다.

이는 은행권이 해당 아파트 단지에 배정한 대출 한도가 전체 필요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다. 가구당 필요한 잔금대출액을 6억원으로 가정하면 최대 1조3068억원이 필요하지만, 집단대출 취급 은행과 상호금융 등 9곳의 한도는 각각 50억~5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은행들은 이미 대출이 진행된 건 이외 추가로 잔금 집단 대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지의 대출 문제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지만 최근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이미 계약을 마친 실수요자에게는 잔금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하거나 경과조치를 마련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고, 정부와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막힌 아파트 집단대출'…금융위 입 바라보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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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은행권에서는 연초 금융위가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채웠거나 목표치에 근접해 자율적으로 집단대출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가 부여한 대출 증가 총량을 초과하면 다음 해 대출 한도 축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집단대출이 필요한 단지가 한두 곳이 아니다"며 "무턱대고 대출을 풀면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순증 한도도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토론회에서 언급된 아파트가 2000가구가 넘고, 어림잡아 대출액이 1조2000억원 증가하는 셈인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은행이 있겠느냐"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도 "집단대출인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 등을 취급하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초과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잔금대출을 진행하면 대출 취급액이 빠르게 늘어 총량 규제를 초과할 수 있어 은행들이 집단대출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이목이 쏠린 일부 신축 아파트 단지의 집단대출만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교역 팰루시드뿐 아니라 수원과 평택을 비롯한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집단대출이 막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전체 총량을 정한 뒤 사업장별로 한도를 부여한다"며 "특정 아파트 단지의 한도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사업장의 한도를 가져온다는 의미"라고 난색을 보였다. C은행 관계자도 "대출 총량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한 곳의 대출을 풀어준다는 것은 다른 곳의 한도를 줄여 메우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집단대출 절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위가 대출 총량을 늘리거나 1가구 1주택자, 신혼부부·청년층 등 실수요자의 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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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 총량을 늘리거나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집단대출을 예외로 인정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추가 대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며 "은행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당국의 논의 결과에 따라 대출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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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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