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절연 권유가 불러온 논쟁
절연 경험 5년 새 10%포인트 ↑
부모와 갈등이 생기면 대화와 화해를 권하던 상담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아예 끊거나 거리를 두는 이른바 '노 콘택트(No Contact)'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상담사들이 가족 절연을 쉽게 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성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절연이 늘어나는 현상을 조명하며 상담사들의 관계 단절 권유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소개했다.
코넬대 칼 필레머 교수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300여명 가운데 27%(약 6700만 명)가 가까운 친척과 절연한 상태였으며, 부모나 자녀와 관계가 끊긴 경우도 10%에 달했다.
이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025년 약 4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절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8%로 늘었다. 5년 만에 10%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가족 절연, 해법일까…상담사들도 의견 엇갈려
절연을 둘러싼 상담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가족상담사 휘트니 굿맨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왜 부모에게만 특별한 면죄부를 주느냐"며 "성인 자녀의 이야기도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라는 개념을 SNS를 통해 꾸준히 소개하며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66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상담사가 가족 갈등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절연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명예교수이자 상담사인 윌리엄 도허티는 "요즘은 모든 일을 트라우마로 해석하고, 관계를 끊는 것을 해결책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절연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선택해야 한다"며 "상담 과정에서 쉽게 권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혼가족치료사 피터 앤더슨이 절연 상태의 부모 약 7000명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자녀의 상담사가 절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앤더슨은 "상담사들이 내담자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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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이 곧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필레머 교수팀은 절연 직후에는 해방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만성적인 불행감과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형제자매와의 관계 단절, 손주와 조부모의 관계 상실, 부모의 노년기 돌봄 공백 등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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