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화장실 옆에 심었던 금목서
화장실 방향제로 쓰며 '금목서=화장실' 이미지도
시간 지나 MZ들 사이에서 재조명
현재는 日내에서도 인기상품으로

'금목서 향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목! 일본 가서 꼭 사 와야 하는 제품 모음."


지난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꾸준히 일본에서 사 와야 하는 필수품종에 금목서 향이 들어간 상품들 추천이 뜨더라고요. 바디워시, 보디로션, 핸드크림, 입욕제 등 종류도 참 많은데요. 상품 표지에 인쇄된 금목서 그림을 보면 보기만 해도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스치는 것 같죠.

일본에서는 금목서가 가을을 알리는 꽃입니다. 금목서 향 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러나 이 금목서, 원래 일본에서도 '화장실에 두는 꽃'으로 찬밥신세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요? 오늘은 일본의 금목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 가면 꼭 샀던 그 향수…원료가 '변소 꽃'이었다는데 [日요일日문화]
AD
원본보기 아이콘

금목서는 일본 에도시대 무렵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름은 치자나무, 가을은 금목서'라고 부를 정도로 가을을 상징하는 꽃인데요. 금목서(金木犀)라는 이름은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 꽃이 피고, 나무껍질은 마치 코뿔소의 피부와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끝 글자에 우리나라에서 무소를 뜻하는 '서(犀)'를 쓰는 이유죠.


꽃은 작지만, 금목서는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향기가 있는데요. 복숭아와 살구 같은 과일 향을 만드는 성분과 제비꽃 향에서 나는 화학 성분들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일본에 수꽃이 유독 많아서라고도 하는데요. 중국에서 전래될 때 향이 강한 수꽃을 피우는 수그루가 주로 들어왔는데, 금목서를 번식시킬 때 꺾꽂이로 번식시키면서 수꽃의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향이 강한 금목서를 어디에 썼을까요. 먼저 일본의 절과 신사에서는 강한 향이 액운을 막는다며 금목서를 많이 심었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은 금목서를 재래식 화장실, 즉 변소 옆에 심었다고 합니다. 에도시대에도 변소에 꽃을 매달아 냄새를 가렸다는 기록도 나오고요,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도 재래식 화장실 주변에 금목서를 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금목서를 옛날엔 '변소 꽃(便所花)'으로도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일본의 어르신들이 금목서를 이렇게 부른다고 해요.


일본 고바야시제약에서 판매하는 금목서향 화장실 탈취제. 고바야시 제약.

일본 고바야시제약에서 판매하는 금목서향 화장실 탈취제. 고바야시 제약.

원본보기 아이콘

여기에 이를 이용한 방향제까지 나오면서 금목서는 화장실과 뗄 수 없는 이미지가 됩니다. 고바야시 제약은 1978년, 금목서 향을 넣은 화장실 방향제를 출시하는데요. 당시 개발자가 화장실 근처에 심은 금목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죠. 이후 경쟁업체들도 금목서 향 방향제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그 후 20년 동안 금목서는 일본 화장실 방향제의 대표적인 향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 시기를 보낸 지금의 일본 중장년들은 금목서 향을 맡으면 화장실 방향제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1990년대 들어 재래식 화장실 대신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고, 각종 탈취제가 발달하면서 금목서의 인기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강한 향으로 악취를 덮을 필요도 없으며, 라벤더 향, 비누 향, 레몬 향 등 다양한 향이 개발돼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죠. 여기에 금목서와 화장실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기업들도 금목서 향을 고르는 게 부담이 됐다고 해요. 그래서 많은 업체가 금목서 향 화장실 방향제를 단종했고, 지금까지 판매하는 곳은 고바야시 제약 한 곳뿐이라고 하죠. 고바야시 제약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아직도 금목서 향 방향제는 장년층 충성고객이 많아서 단종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비오레에서 판매하는 각종 금목서향 제품들. 세안제 등 각종 클렌징 제품부터 로션까지 다양하다. 비오레.

일본 비오레에서 판매하는 각종 금목서향 제품들. 세안제 등 각종 클렌징 제품부터 로션까지 다양하다. 비오레.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다면 지금의 금목서 향 부활을 이끈 것은 누구인가, 바로 일본의 MZ세대들입니다. 화장실의 기억이 상대적으로 희미한 젊은 친구들이죠. 이들은 금목서를 화장실 방향제가 아니라 그냥 일본의 등하굣길에서 맡았던 향기, 가을을 상징하는 감성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죠. 그래서 일본에서도 수년 전부터 가을에 카페에서 금목서를 블렌딩한 티 메뉴를 출시한다거나, 금목서 향이 들어간 껌을 출시하는 등 새롭게 '금목서 붐'이 일게 된 것입니다.


화장품 업계도 이 같은 변화를 놓치지 않았고 매년 가을을 노려 바디워시와 핸드크림, 향수, 입욕제 금목서 향을 활용한 계절 한정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죠.

AD

같은 향을 두고 세대 별로 서로 다른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금목서 향 제품을 쓰실 일이 있다면 한번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