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표이사 직속 로봇 조직 신설
구미에 19조원, 계열사까지 동원한 '올인'
LG·현대차도 조직 재편…연구에서 사업화로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가 끝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신형 갤럭시를 세계에 공개한 바로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 삼성이 '갤럭시 신화'를 이번엔 로봇으로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최근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보면, 사람처럼 걷고 손을 쓰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스마트폰 다음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지분 투자와 선행기술 확보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 대기업의 로봇 경쟁 자체가 '누가 기술을 더 갖고 있느냐'에서 '누가 먼저 현장에서 검증하고 사업화하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올라간 로봇 조직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새로 만들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로봇 전략, 연구개발, 사업화 역량을 하나의 조직으로 합친 것이다. 이 조직은 노태문 사장 직속으로 운영된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로봇 사업을 직접 챙기게 됐다는 뜻이다.
사람도 눈에 띈다. 로보틱스전략팀장은 이동건 부사장이 맡는데,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현대차그룹 산하 로봇 기업)의 사업 전략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여기에 서울대 김현진 교수(지능형 로봇 제어)와 아주대 김의겸 교수(로봇 손)도 합류해 로봇의 '두뇌'와 '손' 기술을 각각 책임진다.
박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직 개편은 기존 선행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삼성전자가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직접 사업화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조직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회사가 로봇을 대하는 무게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반도체·가전·스마트폰 다 갖춘 삼성…내부 검증 최적 환경
삼성전자가 그리는 로드맵은 명확하다. 자체 사업장에서 먼저 써보고 → 산업용(B2B) 로봇으로 판매하고 → 그다음 가정용(B2C) 로봇까지 넓히는 3단계 순서다. 공장은 작업 환경이 정해져 있고 반복 작업이 많아 로봇이 배우기 쉬운 곳이지만, 가정은 변수가 너무 많아 난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로봇 '옵티머스'를 외부에 팔기 전에 자기 공장에서 먼저 실증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박 연구원은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다양한 제조 거점을 갖춘 삼성그룹은 외부 고객 확보에 앞서 로봇의 성능과 경제성을 내부에서 반복 검증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 실증의 무대가 될 곳이 구미다. 삼성전자는 구미에 19조원을 투자해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와 '로봇 데이터팩토리(로봇이 작업하며 쌓은 데이터를 모아 AI를 학습시키는 인프라)'를 짓는다. 혼자 뛰는 것도 아니다. 삼성SDI는 울산에 16조원을 들여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삼성중공업은 거제에 10조원을 투자해 자율형 조선소를 구축한다. 그룹 전체가 로봇 하나를 위해 움직이는 투자 규모는 6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로봇 경쟁 본격화…투자자는 뭘 봐야 할까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유튜브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의 작동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기계체조 동작을 하는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27일 CEO 직속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했고, 현대차그룹도 로보틱스랩을 미래 항공 모빌리티 본부 산하로 재편했다. 세부 내역은 다르지만, 자체 현장에서 실증하고 데이터를 쌓아 범용성을 높인다는 전략의 뼈대는 닮아 있다.
국내 로봇 관련주는 이미 한 차례 크게 출렁였다. 5월 중순 이후 실적 부진과 코스닥 약세가 겹치며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조정받았다가, 지난 21일 조직 개편 소식에 이틀간 매수세가 몰리며 반등했다. 조직 개편 하나에도 투자심리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박 연구원은 완제품보다 감속기·액추에이터·모터·센서 같은 핵심 부품 기업들의 공급망 진입 여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는 로드맵이 실제로 구체화되고, 양산 납품이 확인되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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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공동 개발, 구미 사업장의 양산 체계 구축, 완제품의 제조현장 투입까지 확인해야 할 이정표는 여전히 많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로봇 섹터의 투자심리 회복 국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그룹 공급망 진입 여부와 양산 납품 레퍼런스가 기업별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각되며 주가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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