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큰당 비용 하락 등 효율성 증가
매출이 감가상각비 2분기 연속 상회
하나증권 "규모보다 '생산성'이 핵심"

빅테크 실적 발표 시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인공지능(AI)에 돈을 얼마나 더 쓸 건가요."

지금까지는 이 숫자가 클수록 투자자들이 반겼다. 돈을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AI 사업에 진심이라는 뜻이었고, 그 돈은 고스란히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 기업들의 매출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AI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익숙한 공식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25일 "AI 투자에서 카펙스(CAPEX·설비투자) 규모만큼이나 따져봐야 할 것은 생산성"이라면서, 이제부터는 '얼마나 썼나'보다 '그 돈이 제값을 하고 있나'가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돈 쓰는 속도보다 '돈값'을 묻기 시작했다

"돈값 하는 거 맞냐" 질문에 부딪힌 AI…그럼에도 낙관하는 이유[주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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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스케일러(AI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초대형 기업)의 AI 투자 카펙스는 여전히 늘어나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들의 중장기 투자 전망치를 더 올려 잡았다.

다만 AI 인프라에 들어간 돈이 이미 수천억 달러 단위로 쌓이다 보니, 시장의 관심사도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이 연구원은 "기존에는 카펙스가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쟁점이었다면, 이제부터의 고민은 늘어난 투자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다음 투자를 이어갈 만큼의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화는 반도체·전력 투자자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다. AI 생태계는 하나의 벨트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기업들의 성장 전망은 결국 하이퍼스케일러가 계속 돈을 쓸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지갑을 닫으면, 그 위에 세워진 산업 전체의 성장 스토리도 흔들린다.


반대로 하이퍼스케일러가 AI 사업에서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면, 그 돈으로 다시 투자를 늘리고, 그 투자는 다시 반도체·전력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벨트가 계속 돌아가려면,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사업이 '돈이 되는' 사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나오는 몇 가지 숫자들은 이 선순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갈수록 효율화하는 AI…돈값 하기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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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신호는 '효율화'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LLM 토큰 지출 지수는 지난 5~6월 고점을 찍은 뒤 최근 3~4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지수는 추론 토큰 100만 개를 처리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을 나타낸다.


이 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AI를 덜 쓴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비싼 최상급 모델 대신 저렴한 모델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쓰고, 추론 과정 자체를 최적화하고, 모델 가격도 내려가면서 '같은 서비스를 더 싸게 제공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쉽게 말하면, 같은 국밥집이 손님은 그대로인데 주방 동선을 효율화하고 식자재 단가를 낮춰서 마진을 개선한 셈이다. 매출이 늘지 않아도 남는 돈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신호는 '수익화'다. 기술·AI 전문 리서치기관인 익스포넨셜 뷰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AI 관련 매출이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의 감가상각(설비 구입 비용을 사용 기간에 걸쳐 나눠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 개념) 비용을 2분기 연속으로 앞질렀다.


"돈값 하는 거 맞냐" 질문에 부딪힌 AI…그럼에도 낙관하는 이유[주末머니] 원본보기 아이콘

아직 향후 지어질 데이터센터나 추가로 들일 GPU에 따른 비용까지 다 반영된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깔아둔 인프라만 놓고 보면, AI 서비스가 그 비용을 갚아나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라 의미가 적지 않다고 이 연구원은 평가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와 코파일럿 같은 AI 서비스 수요가 클라우드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고, 알파벳도 AI 제품과 AI 인프라 수요를 구글 클라우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았다. 막대한 투자를 전부 회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AI가 매출과 현금흐름 개선에 실제로 기여하기 시작했다.


메타의 최근 행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메타는 신규 데이터센터로 자체 연산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일부 컴퓨팅 자원을 외부 클라우드로 빌려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지어놓은 인프라를 더 알뜰하게 활용해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만들려는 시도다. 인프라가 외부 매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다음 투자를 이어갈 여력도 그만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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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결국 시장의 관심은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의 생산성'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비용 효율화와 수익성 확보가 뒷받침된다면,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기업으로 이어지는 AI 생태계의 투자 선순환 구조 역시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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