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계도 '유보금 관행' 사라진다…시평 21~50위 건설사, 공정위와 상생협약
'깜깜이 하자 소송' 책임 분담 조항 삽입
하도급 '유보금 관행' 완전 폐지 및 자금난 해소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한 고질적인 '유보금 관행'이 전면 폐지되고,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 하도급업체에 무조건 책임을 전가하던 구조가 개선된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9개 대형 건설사에 이어 30개 중견 건설사까지 상생 규범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건설 하도급 거래 시장의 60%가 공정거래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1차 대형사 협약에 없던 '하자 소송 책임 분담' 명시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시공능력평가 21~50위 종합건설사 대표 및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하자 소송 책임 분담' 조항의 신설이다. 그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이 종합건설사(원도급사)를 상대로 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종합건설사는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에게 소 제기 사실조차 알리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다 패소한 뒤 패소 비용과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는 지난 5월 1차 대형 건설사 협약문에는 없었던 내용으로, 공정위가 1차 협약 이후 전문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이번 중견사 협약에 추가 반영했다. 하자 소송을 제기받으면 수급사업자에게 즉시 통보해야 하며, 소송 결과 산정된 배상액도 책임 소재에 따라 성실히 협의해 분담해야 한다.
'돈 묶어두기' 유보금 폐지 및 원자재가 인상 신속 반영
기성금의 10% 안팎을 준공 시까지 지급하지 않고 묶어두던 '유보금 관행'도 완전히 폐지된다. 공정위는 법정기한 내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정하고 모든 유보금을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금을 적기에 받지 못해 노무비나 원자재 비용 처리에 애를 먹던 하도급업체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아울러 산업안전 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넘기는 부당특약을 자체 점검해 삭제하기로 했다. 최근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연동제 조정 주기가 오기 전이라도 납품단가를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는 원·수급사업자 간 기준과 절차도 사전에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장 거래액 60% 커버…"기업 생태계 양극화 해소 마중물"
이번 협약으로 상생협약의 영향력은 건설 시장 전반으로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업계 전체 하도급 계약은 약 6만1673건(54조1316억원) 규모다. 이 중 1·2차 협약에 참여한 상위 50개 종합건설사의 하도급 계약은 1만2269건(32조2270억원)으로, 전체 거래 건수의 19.89%, 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59.53%에 달한다. 시장 거래 대금의 60% 정도가 자율적 상생 규범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게 된 셈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필립 에기옹 등의 지적처럼 혁신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은 불평등과 비정상적으로 양극화된 기업 생태계"라며 "상위 50위 내 건설사가 만들어낸 자율적 상생협약이라는 연성 규범은 하도급 공급망 속 모든 사업자와 종업원에게 공정한 보상과 성장의 기회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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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정위와 건설업계는 이번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9월(대형사)과 11월(중견사) 각각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상생협약 이행 상황과 현장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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