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그록으로 연내 '오디세이' 제작"
흑인·성전환자 나오자 "수상 노린 캐스팅"
"신화를 어떻게 고증하나" 학계도 반박

트랜스젠더와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 '오디세이'를 반년째 공격해온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으로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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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올해가 가기 전에 그록 이매진이 역사적으로 정확하고 호메로스의 예술에 충실한 장편 영화 '오디세이'를 만들 것"이라고 적었다. '그록 이매진'은 머스크가 세운 기업 x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도구다.

머스크는 이 게시물과 함께 한 이용자가 그록 이매진으로 제작한 3분 분량의 '오디세이' 영상을 재게시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친 뒤 여러 시련과 유혹을 거쳐 귀향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등장인물이 모두 백인으로 그려졌다.


머스크가 겨냥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톰 홀랜드가 아들 텔레마코스를, 앤 해서웨이가 아내 페넬로페를 연기한다. 젠데이아가 아테나, 샤를리즈 테론 키르케를 맡았고 로버트 패틴슨과 존 번설 등도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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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공세는 지난 1월 시작됐다.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 되는 헬레네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문이 돌자, 당시 머스크는 "놀런은 진정성을 잃었다"고 썼다. 이후 그는 "놀런은 상을 원할 뿐"이라며 수상을 노린 캐스팅이라고 주장했고, 3월에는 "놀런은 백인 반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적었다. 이후로도 영화가 그리스인과 그들의 문화유산을 모욕한다는 취지의 게시물도 잇따라 재게시했다.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를 향한 공격도 잘못된 정보에서 출발했다. 페이지가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 역을 맡는다는 정보가 퍼지자 머스크는 이를 문제 삼는 게시물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페이지의 실제 배역은 트로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도록 설득한 인물인 시논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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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감독은 이달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제기되는 주장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뇽오도 원작이 신화라는 점을 들며 "출연진은 영화가 만들어진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한다"고 응수했다. 영화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은 "머스크는 영화에 대해 뭣도 모르며 20대에 독서를 그만둔 게 분명하다"며 "예술에 관한 그의 의견은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내건 '역사적 정확성'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창작물이라는 점을 짚으며 "이를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리메이크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꼬집었다. 경제지 포브스는 고전학계 반응을 인용해 "헬레네가 신화 속 인물인데다 고대 그리스에는 근대적 의미의 인종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영화의 흥행 성적은 머스크의 공세와 무관하게 흘러갔다. 개봉 첫 주말 북미에서 1억 2450만달러(약 1840억원), 전 세계에서 2억 6400만달러(약 3910억원)를 벌어들여 놀런 감독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지수는 98%, 관객 조사 시네마스코어 등급은 A로 집계됐고, 관객 점수는 그의 대표작 '다크 나이트'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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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놀런 감독은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위고데크립트'(HugoD?crypte)와의 인터뷰에서 AI를 "속이 훤히 보이는 트로이 목마"에 비유하며 AI 기술 확산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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