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아기 건강에 술담배보다 더 무서운 건…'부모의 지갑'이었다
英 엑서터대 연구팀, 부모·자녀 23만명 분석
사회경제적 지위 영향 15%, 흡연 6% 그쳐
"빈곤·불평등이 아동 건강 악화 낳아"
임신 중 부모의 흡연이나 음주보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자녀 건강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젬마 샤프 영국 엑서터대 박사 연구팀은 23일(현지시간) 영국과 노르웨이의 부모·자녀 23만여 명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부모의 임신 전후 흡연·음주·카페인 섭취보다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SEP)가 자녀 건강과 더 강하고 일관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지난 1991~2008년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아동과 그 부모를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4건이다. 연구팀은 이들 자료를 통합해 최대 23만 2139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임신 중 흡연·음주·카페인 섭취와 교육 수준·직업을 반영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자녀의 출생 시점부터 11세까지 측정한 건강지표 72개와 대조했다. 건강지표에는 출생 시 신체 크기와 체질량지수(BMI), 정신건강, 행동 문제, 사회적 의사소통, 혈압, 알레르기 등이 포함됐다.
자녀 건강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이 확인된 항목은 부모의 흡연이 6%, 음주가 3%, 카페인 섭취가 0.4%에 그쳤다. 반면 가정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15%로 나타나 세 가지 건강행동을 모두 웃돌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기존 연구의 초점을 재조정할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봤다. 태아기와 영유아기 환경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건강과 질병의 발달기원설(DOHaD)' 연구는 그동안 임신 전후 어머니의 건강행동에 집중돼 왔지만, 어머니의 행동 자체가 사회경제적 환경이나 아버지의 행동, 출생 후 환경과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샤프 박사는 "사회경제적 취약성은 부모 어느 쪽의 흡연·음주·카페인 섭취보다 자녀의 건강 결과와 더 일관되게 관련돼 있었다"며 "아이가 성장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임신 중 부모의 특정 행동보다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 결과를 임신 중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낮추는 근거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스마 칼릴 영국 런던대 세인트조지병원 모체태아의학 교수는 이날 영국 과학미디어센터(SMC) 논평에서 "이 결과가 임신 중 산모의 건강행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연구에서도 산모 흡연과 저체중 출생아, 아동기 체질량지수 상승, 행동 문제의 연관성은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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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와 관련한 정책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앤드루 폴라드 영국 옥스퍼드대 옥스퍼드백신그룹 소장은 영국 의학한림원과 재정연구소, 왕립소아과학회가 지난 3년간 내놓은 아동 건강 보고서를 근거로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이 아이들의 건강 악화를 낳고 있다"며 "불평등 완화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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