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21번째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다만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당초 계획보다 제재 수위는 낮아졌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도 현 수준에서 1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제재 강화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그리스의 반대가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EU는 당초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제3국 운송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그리스 해운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북극 지역에서 생산된 러시아산 LNG를 제3국으로 운송하는 경우 예외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합의에 도달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제21차 대러 제재안 합의 이후 "이번 제재는 에너지, 금융 서비스, 암호화폐, 무역 등 러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EU의 지지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은 기존 배럴당 44.10달러(약 6만5000원) 수준에서 1년간 동결된다. 이는 중동 지역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기계가 시장 충격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원유 가격 상한 조정을 1년간 동결한다"고 밝혔다.
EU와 주요 7개국(G7), 호주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상한선을 초과한 가격으로 거래되는 러시아산 원유에는 보험과 운송 등 해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다.
새 제재안에는 러시아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 확대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한 러시아 관리 수십 명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 은행 등 금융기관 94곳과 모스크바 증권거래소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가 공식 발효되면 해당 기관은 자산 동결과 여행 제한, 금융거래 제한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러시아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지원하는 선박도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EU는 이번 조치가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경제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부문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제재안은 회원국 간 이견으로 당초 구상보다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산 LNG 운송 전면 금지 방안이 철회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러시아 군인에 대한 EU 입국 금지 조치도 도입되지 않았다. 회원국들은 향후 관련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불가리아의 반대로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 명단에 포함하는 방안도 무산됐다. 또 러시아산 대구와 명태 수입 금지 조치는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반대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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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차단을 위한 추가 제재에 합의했지만, 회원국 간 이해관계 충돌로 에너지·수산물 분야 일부 조치는 빠지면서 제한적인 강화안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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