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중국 국가문물국에 공식 인도
1933년 일본서 구입해 보화각 지킨 청대 유물
간송 탄신 120주년 맞아 기증

90년 가까이 서울 성북동 보화각을 지켜온 돌사자가 23일 마지막 임무를 마쳤다.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라오취안 중국 국가문물국장은 '유물 인도·인수 확인서'에 서명했고, 청나라 석사자상 한 쌍은 곧 중국으로 향하는 운송 절차에 들어갔다. 한때 일본 경매장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유물이 90여 년 만에 본래 문화권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간송미술관 보화각 정문에 배치된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보화각 정문에 배치된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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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은 이날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중국 청대 석사자상 기증식을 개최했다. 지난 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기증 협약을 이행하는 후속 조치다.


이번 기증은 약탈문화재 반환과는 결이 다르다. 석사자상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일본 야마나카상회가 효고현 아시야에서 개최한 '석등롱야외전' 경매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당시 교토와 나라, 도쿄 등에 흩어져 있던 조선 석조문화재와 일부 중국 석조물이 함께 나왔고, 간송 전형필은 고려·조선 석조 유물을 지키기 위해 경매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이 석사자상 한 쌍도 함께 사들였다. 당시 경매 목록에는 '명대 대리석 사자 한 쌍'으로 기록돼 있었다.

1938년 보화각이 문을 연 뒤 석사자상은 줄곧 정문을 지켰다. 중국 국가문물국 전문가들은 감정 결과 이 작품을 청대 작품으로 판단하고, 베이징 또는 화북 지역 대리석으로 제작된 왕부(王府)의 '택문 석사자상'으로 추정했다. 숫사자는 공을 밟아 권위를, 암사자는 새끼를 어루만져 번영을 상징하는 전통 도상을 갖췄으며, 역사적·예술적·과학적 가치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했다.

1960년 종로 생가에서 촬영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1960년 종로 생가에서 촬영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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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은 생전 "중국 유물이니 언젠가는 고향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주변에 여러 차례 밝혔다. 간송미술관은 이를 계승해 2016년부터 기증을 추진했고, 간송 탄신 120주년을 맞은 올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미술관은 이번 기증을 '문화보국'을 넘어 타국 문화유산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문화존중'의 실천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올가을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고대 한중 문화교류를 주제로 한 전시도 준비 중이다.

석사자상이 떠난 보화각 앞자리에는 앞으로 우리나라 19세기 석조 유물인 '석호상'이 새롭게 관람객을 맞게 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중국과의 문화교류와 공공외교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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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문화로 나라를 지킨 간송 선생의 유지에 발맞춰 한중 문화 소통과 연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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