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도 잇단 실패
학계도 해법 놓고 논쟁

국내 바이오 기업 임상시험의 변수로 '위약 반응'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최근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TG-C가 임상 과정에서 이 벽에 막힌 데 이어 하반기 중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다른 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후보물질도 위약 반응이 임상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위약 반응인 '위약 인플레이션'이 최근 굵직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잇따라 좌초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위약 반응은 가짜약(위약)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증상이 예상보다 크게 호전되면서 진짜 약과의 효과 차이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TG-C 발목 잡은 '위약 반응'에 K-바이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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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코오롱티슈진 close 증권정보 950160 KOSDAQ 현재가 15,350 전일대비 5,700 등락률 -27.08% 거래량 18,223,943 전일가 21,050 2026.07.24 09:47 기준 관련기사 [기자수첩]임상시험에 '절반의 성공'은 없다 코오롱티슈진 "TG-C 美 3상 실패 아냐…이례적 위약반응 원인 규명"(종합) 코오롱티슈진 "TG-C 美 임상 3상, 실패 아닌 절반의 성공" 은 지난 20일 TG-C의 3상 첫 톱라인 결과를 발표하며 "1차 평가지표에서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은 확인됐으나, 예상을 웃도는 위약 반응으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례적으로 강한 위약 반응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약 반응에 발목이 잡혔던 것은 글로벌 신약도 마찬가지다. 독일 머크의 골관절염 치료제 스프리퍼민은 2019년 임상 2상에서 관절 연골을 두껍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위약군도 식염수 주사만으로 통증이 크게 호전돼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일본 다이이치산쿄의 섬유근육통 치료제 미로가발린은 2017년 세 건의 임상 3상에서 모두 위약을 넘지 못했고 회사는 예상보다 큰 위약 반응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위약 반응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직접 평가하는 질환에서 특히 크게 나타난다. TG-C와 스프리퍼민, 미로가발린 모두 이런 질환을 대상으로 했다. 임상시험에서는 환자도 자신이 진짜 약을 맞았는지 위약을 맞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위약을 투여받았더라도 '치료를 받았으니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통증이 덜 느껴지거나 증상이 나아졌다고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걸러낼 변수'냐 '치료 효과'냐…학계도 갑론을박


위약 반응을 임상시험 평가 기준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쪽은 "아예 걸러내자"는 쪽이다. 위약 반응이 진짜 약효를 가려버리니 위약에도 유독 잘 반응하는 환자를 임상 시작 전에 미리 빼자는 것이다. 위약을 먼저 먹여보고 반응이 없는 환자만 본 시험에 넣는 순차평행비교설계(SPCD) 같은 방법이 대표적이다.


다른 한쪽은 "억지로 없애지 말자"는 쪽이다. 위약 반응도 환자에게 실제로 나타나는 반응인데, 인위적으로 걸러낸 환자군은 현실의 환자와 달라져 실제 처방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우려다. 이 경우 시험은 더 어려워지더라도 있는 그대로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위약 반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2015년 국제학술지 '페인(PAIN)'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약물 반응은 그대로인데 위약 반응만 꾸준히 커지면서 약과 위약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에서만 두드러졌다는 점도 덧붙이며 학계 파장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임상 규모가 커지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약 반응도 커졌다고 분석하며 미국의 의약품 광고가 환자의 치료 기대감을 높였을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7조 기술 수출' 국산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위약 변수'


위약 반응은 하반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이벤트와 관련해서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이 대표적이다. 아리바이오는 한국·미국·유럽 등 13개국에서 진행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을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이다.


골관절염 분야에서도 위약 반응을 시험대에 올릴 후보물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도 무릎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오스카의 국내 임상 2a상 톱라인을 이달 공개한다. 코오롱티슈진은 TG-C의 나머지 미국 임상 3상 한 건의 톱라인을 10월 추가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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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미국 임상 3상 톱라인을 연내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임상은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증상을 점수로 매겨 약효를 판단한다. 환자도 자신이 진짜 약을 맞았는지 위약을 맞았는지 모르는 만큼, 사람의 주관과 기대감이 끼어들기 쉬운 지표일수록 위약 반응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츠하이머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이 위약 반응에 특히 예민하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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