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급·금융·세제' 전면 손질 예고한 李 "정치적 손해 있어도 할 일 하겠다" (종합)
李대통령, 부동산 대토론회 주재…예정 시간 넘겨 3시간 진행
"집값 억지로 낮추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 시장 정상화"
수도권 헬기 답사 예고…3기 신도시 착공 절차 절반 이하 단축
기존 1주택자 일률적으로 보호…'똘똘한 한 채' 투기 기회 지적
전세대출·사업자대출 규제 강화…초고가·다주택 보유세 가중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언젠가 터질 수 있는 위험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고 공급·금융·세제 전반에 걸쳐 꼼꼼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도권 신규 택지를 직접 발굴하고 3기 신도시 착공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한편 전세대출과 사업자 대출을 통한 투기성 자금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조만간 발표될 세제개편안에는 거주용·중저가·지방 주택은 보호하고 초고가·다주택·투지용 주택의 부담은 높이는 다층적인 보유세 체계가 담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KBS별관에서 진행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하고 "정책 목표는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것을 막고 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상황을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에 빗대며 "언젠가는 터진다. 어느 세대에 누가 당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대비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국민 전체와 나라의 미래, 장기적으로 더 나은 상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엔 땅이 없다…헬기 타고 수도권 신규 택지 직접 살필 것"
이 대통령은 공급 분야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거듭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어딘가에 택지를 개발하려고 찾다 보면 거의 찾기 어렵다"며 "그린벨트 해제나 기존 도심 개발을 둘러싼 주민 반발까지 겹쳐 공급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도권 가용 부지를 직접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을 헬기 타고 한번 돌아볼 생각"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선 원래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도 제가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대한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굴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도 개발 가능한 유휴부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사업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 발표된 지역의 착공이 지연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60개월 이상 걸리는 일부 행정 절차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 위해 규정을 바꾸거나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업지역과 상업지역 등 도심 유휴부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공공임대공급 방식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25∼30평 규모의 고품질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중산층까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급등 문제에 대해서는 전면 점검을 지시했다. 토론 과정에서 건설자재 가격뿐 아니라 고급 마감재와 브로커·조합·시공사 사이의 불투명한 거래가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객관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것인지, 구조를 활용한 부정행위 인지를 잘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경험한 지역주택조합 공사비가 조사·조정 뒤 수백억 원씩 낮아진 사례를 소개하며 "불가피한 인상이었다면 낮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전면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유세, 선진국 수준 되려면 최하 세 배…단계적 조정 필요"
세제 분야에서는 보유세 정상화를 중심에 놓고 통상적인 1주택의 부담을 기준으로 삼되 거주용·중저가·지방 주택은 감면하고, 초고가·다주택·명백한 투기 목적 주택에는 부담을 더 하는 다층적 과세체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7월 말 '2026 세제개편안' 발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1주택의 기본을 정한 다음 거주용이면 감하고, 서민·중산층용과 지방 주택도 배려할 수 있다"며 "반대로 엄청 비싸거나 다주택이거나 명백한 투기용이면 가중 요소를 더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감안해 '실거주' 대신 '거주용'이라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보호한 기존 제도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잇따른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연 3.2%까지 끌어올리고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시기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똘똘한 한 채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1가구 1주택을 보호하려다 비싸든 싸든 똑같이 취급하고, 거주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으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주택이라는 형식보다 주택 가격과 실제 보유 목적을 기준으로 세 부담을 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유세 수준에 대해선 국내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고 지적하면서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적인 선진국 수준으로 하려면 최하 세 배는 올려야 한다"면서 "지금 세 배를 올리면 거의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보유세를 정상화했더라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보유세 강화와 함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거래 단계의 퇴로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강화만 하면 안 된다.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양도세 등 거래세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감면이 주택을 사고팔 때마다 무한 반복되는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에서 생애 1회 제한이나 횟수·총액에 따른 차등 공제 제안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기회를 무한대로 활용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첫 번째는 많이 해주고 두 번째부터 줄이는 방식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제의 핵심 기준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정권 교체를 기다리며 버티는 현상을 차단하자는 제안에도 공감했다. 그는 "충분히 국민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만들고, 구멍이나 악용 소지가 없게 한 뒤 최대한 입법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집값 폭등 주원인"…금융규제 전반 강화 시사
금융 분야에서는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대출을 전반적으로 조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는 별도로 선별해 지원하는 '핀셋 금융' 원칙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기관 대출과 관련해 "국가에서 위임받은 국가 발권력의 일부이자 반쯤은 공적인 것"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 데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느냐. 투기성 주택 구입에 공적 금융이 동원되는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대출 확대가 집값 상승과 전세 사기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서민들에게 전세를 쉽게 해준다고 전세대출을 거의 무제한으로 해줬다"며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 또는 높은 집값 유지의 주원인이기 때문에 조정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전세가격과 보증금 전액에 가까운 대출·보증이 이뤄지면서 자기자본 없이 다수의 주택을 확보하는 전세사기가 가능해졌다"면서 전세 대출을 전반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대출 등은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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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은 뒤 주택 구입 규제를 우회하는 경로도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제한하면서도 고가주택을 사업자 대출 담보로 제공하면 담보가치를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잠깐 돈을 조달해 주택을 취득한 뒤 다른 명목의 대출 담보로 내면 사실상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대출의 담보로 무제한 담보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대출금 용도 추적과 사후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미 분양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가 뒤늦게 바뀐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는 경과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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