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6억 빌려드립니다" 강남 아파트 거래에 등장한 '셀러 파이낸싱' 뭐길래
대출 규제 강화에 잔금 빌려주는 거래 재등장
매도인은 이자 받고 매수인은 현금 부담 낮춰
사적 대출 늘면 금융 규제 실효성 약화 우려도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 방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매수인과 매도인이 직접 자금 조달 구조를 설계하는 거래가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서울 강남구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매물에는 최근 '집주인 대출 6억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해당 매물은 지난달 29일 19억5000만원에 처음 등록한 뒤 최근 호가가 2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인이 금융회사에서 4억원을 대출받고, 매도인에게서 추가로 6억원을 빌리는 구조라면 자기자본 10억원으로 2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여금과 달라…계약 내용 확인해야
셀러 파이낸싱은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한 번에 모두 받는 대신 잔금 일부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매수인에게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다. 소유권은 매수인에게 넘기되 매도인은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채권을 확보한다. 매도인은 매매 성사와 함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매수인은 금융권 대출한도를 넘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가 아닌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사인 간 대출인 만큼 은행 대출보다 계약 조건과 위험 부담이 복잡하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가격에 따라 한도가 다르게 적용된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다. 규제지역에서는 담보인정비율인 LTV도 강화돼 실제 대출 가능액은 소득과 기존 부채 등에 따라 더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에서 충분한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고가 주택 매수인에게 집주인 대출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을 당시에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사례가 나타난 바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매각을 계기로 셀러 파이낸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 부부는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했으며, 소유권 이전 이후 매수인들을 채무자로 해 채권최고액 17억77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청와대는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며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자택 매매를 완료했고,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지만,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등기부에 표시된 채권최고액은 근저당권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이다. 실제로 매도인이 빌려준 원금이나 미지급 잔금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대여금과 이자율, 상환 시기 등은 당사자 간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셀러 파이낸싱 자체는 현행법상 금지된 거래 방식이 아니다. 민법상 당사자 사이에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채권을 담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자율과 상환 기한, 연체이자, 중도 상환 조건, 담보 순위 등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적지 않으면 민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인 간 금전대차에도 이자제한법이 적용돼 약정할 수 있는 최고이자율은 연 20%다. 이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초과 부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불법은 아니지만, 이자소득 신고·상환능력 입증 필수
세금 문제도 따져야 한다. 매도인이 금융업자가 아닌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세법상 '비영업대금의 이익'에 해당할 수 있다. 국세청이 안내하는 원천징수 세율은 소득세 25%이며 지방소득세가 별도로 부과된다. 국내에서 개인에게 이자소득을 지급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들이 세금 처리 방법까지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매수인이 실제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도 핵심이다. 소득과 비교해 차입금이 지나치게 많거나 상환 기한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이자를 실제로 지급한 흔적이 없다면 정상적인 대출이 아닌 허위 채무나 편법 증여로 의심받을 수 있다. 매도인에게도 위험은 있다. 소유권을 먼저 넘긴 뒤 매수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매도인은 아파트 소유자가 아니라 채권자의 지위에서 근저당권을 실행해야 한다. 선순위 담보권이 있거나 경매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매수인 역시 만기 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향후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전제로 계약하더라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거나 집값이 내려가면 대환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 초기 자기자본 부담을 낮추는 대신 만기 시점에 큰 금액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위험을 떠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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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으로는 셀러 파이낸싱이 늘어날수록 금융권 대출 규제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의 LTV·DSR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적 채무가 주택 구입에 활용되면 실제 매수인의 부채 규모와 상환 위험이 금융권 심사 체계밖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주인 대출이 고가 주택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도인이 잔금 수억 원을 장기간 받지 못한 채 매수인의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거래 형태는 현금이 급하지 않고 이자 수익을 원하는 매도인과 자기자본은 있지만, 금융권 대출한도가 부족한 매수인의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거래를 성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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