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가 드러낸 허점…메자닌 물류센터 '통계 공백'
주요 택배·유통사들 줄줄이 운영 중
정부도 메자닌 도입 물류센터 현황 파악 못해
업계 "구조 금지보다 안전기준 강화가 현실적"
인천 서구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복층 적재 구조인 '메자닌'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국내 물류센터 가운데 메자닌 구조를 도입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인증을 받은 스마트물류센터를 포함해 상당수 유통·물류기업이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업계에서는 "화재 대책을 마련하려면 현황 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을 비롯해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SSG닷컴, 무신사 등 주요 유통·물류기업은 물류센터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메자닌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메자닌은 층고가 높은 물류센터 내부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중간층을 만드는 방식이다. 별도의 건물을 증축하지 않고도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어 물류센터에서 활용된다. 같은 바닥 면적에 더 많은 상품을 보관하고 분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해구 쿠팡 32물류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6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50시간 넘게 꺼지지 않고 있다. 2026.7.20 강진형 기자
메자닌 운영, 강제사항 아닌 기업 자발적 신고
이번 화재 이후 메자닌은 진화 작업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중간층의 층고가 낮고 상품이 촘촘하게 쌓여 있어 연기 배출이 어렵고 소방대원의 접근도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도 화재 직후 주요 물류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메자닌 구조의 안전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의 정확한 규모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바닥면적 합계가 1000㎡ 이상인 물류창고를 운영하려는 기업은 관할 시·군·구에 물류창고업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 과정에서 기업이 기재한 시설·장비 현황은 국토부가 운영하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연동된다. 이 센터는 물류센터의 주소와 면적, 취급 품목, 시설·장비 현황 등을 공개한다. 물류센터가 메자닌 구조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적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등록된 물류센터 가운데 메자닌을 시설 현황에 명시한 곳은 쿠팡, 무신사, SSG닷컴, 한국머스크, 뱅뱅어패럴 등 일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기업은 오토소터와 오더피커, 지게차 같은 자동화·하역 장비만 기재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처음 등록할 때 특정 구조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규정이 없다"며 "국내 물류센터가 6000여 곳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메자닌 구조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증한 스마트물류센터에도 메자닌 구조가 폭넓게 적용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한진 대전 메가허브터미널, 파스토 용인센터,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은산통합물류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시설이 메자닌 구조를 사용한다는 사실 역시 물류창고업 등록 정보나 정부 통계에서는 별도로 확인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메자닌 구조 물류센터 100곳을 대상으로 환기와 온도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상과 관련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메자닌 물류센터의 규모와 분포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자닌 구조의 설치 현황과 취급 상품, 소방 설비 등을 파악해야 화재 위험에 맞는 안전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자닌 금지보다 소방 기준 강화해야"
다만 메자닌 구조 자체를 화재 위험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메자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물류센터의 적재 능력과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국토가 좁고 택배 물량이 많은 국내 물류 환경에서는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안영효 인천대 글로벌트레이드앤서비스학부 교수(전 한국물류학회장)는 "메자닌 구조를 화재 원인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하이랙과 달리 층이 구분돼 있어 화염의 수직 확산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특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자닌은 하이랙보다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공간 효율성과 작업 생산성,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UPS, 징둥닷컴 등 글로벌 물류기업도 메자닌 구조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메자닌 물류시설은 약 42만 곳, 전체 면적은 19억㎡ 규모다. 미국에서만 약 18만 개 물류센터가 메자닌 구조를 사용한다. 미국 등 주요 국가도 메자닌 설치를 금지하기보다 스프링클러와 배연 설비 등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자닌 구조만 문제 삼으면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 등 법정 소방 설비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물류센터 화재를 이유로 구조를 일률적으로 바꾸면 택배 서비스와 국민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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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자닌은 공간 효율성과 물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물류센터에서 널리 사용하는 설계 방식"이라며 "구조 자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기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물류시설 특성에 맞는 안전 기준과 관리 체계를 어떻게 고도화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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