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나를 만든 것은 책"
윤석열의 몰락을 재촉한 술
이재명의 메시지 채널 SNS

대통령마다 꼽을 만한 키워드가 있다. 대통령 개인의 특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의사 결정 스타일이 어떤지를 말해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단어는 책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는 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고 할 수 있다. 낮이 있으면 밤도 있듯이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그에 따라 권력의 명암도 바뀐다. 상징어가 때로는 칭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힘 있는 자들은 늘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란 말을 새겨야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그게 역사가 말하는 교훈이다.

문재인의 책, 윤석열의 술, 이재명의 SNS…대통령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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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떼놓을 수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책'과 떼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뒤에도 책방지기로 지낼까. 경남 양산의 평산책방이 그의 보금자리다. 그는 지난 6월 26일 출간한 <문재인의 필사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책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가치관, 인생관, 역사관, 세계관은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독서를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상식과 정의, 도덕과 원칙도 책에서 배운 것입니다. 말 그대로 책이 마음의 양식이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화를 이끈 것도 책의 힘이었습니다."


책은 동적(動的)이기보다 정적(靜的)이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다. 내뱉기보다는 곱씹는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있을 때 관저로 퇴근하면 독서를 하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참모들을 불러 밤늦게까지 역동적으로 현안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 같은 게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대면 소통'을 즐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문 전 대통령의 성정이었다. '소통'을 표방했던 대통령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소통'이 문제가 됐던 것도 이런 이유가 컸다.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책 좀 그만 읽고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상징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4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자신의 책방 '평산책방'에서 계산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4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자신의 책방 '평산책방'에서 계산 업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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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문 전 대통령에게 마음의 양식이었지만, 우유부단함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했다. 2025년 2월 1일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책을 안 읽는 정치는 나라를 추락시키고, 분열시키며, 국민의 삶을 뒷걸음치게 만든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대통령은 더더욱 그런 자리"라고 썼다. 즉각 문 전 대통령이 '책'을 통해 '술'로 상징되는 윤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동시에 "책 많이 읽으셔서 윤석열을 검찰총장 만들어 정계 데뷔시켰냐"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책방지기' 문 전 대통령은 좋지만, '책'이 현실 정치와 연관되는 순간 부메랑이 된다는 것은 '문재인의 책'이 갖는 두 얼굴이다.

'술'과 바늘과 실 같은 관계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은 '술'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두주불사(斗酒不辭·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형이다. 술이라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듣는 장관을 지낸 한 전직 야당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도저히 당할 수 없을 만큼 술이 셌다"고 말했다. 같이 하는 자리에서 자신도 폭탄주 수십 잔을 마셨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항복'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몇 차례 술자리를 같이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폭탄주를 꺾어(나눠) 마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삼겹살과 소주가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 운동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둔 2023년 11월 프랑스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월간중앙> 2025년 9월호는 대통령 경호처에 파견 나가 근무했던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소주와 맥주를 가득 실은 1t 화물 탑차가 매주 대통령실로 배달하러 다녔다"고 보도했다. 그와 술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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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곱씹기보다는 내뱉는 쪽이다. 혼자가 아니라 상대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잘 활용하면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의 경우 자주, 많이 마셨다는 데 있다. 게다가 말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소통보다는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자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자제력이 약화한 상태에서 언급이 길어지고 불필요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메시지 혼선이 불가피하다. 소통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5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정원 업무보고를 마치고 테이블마다 소폭을 돌려서 너무 취해 경호관한테 업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재오 전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술자리도 절제해야 한다. 야당과 만나서 협치를 의논할 때나 술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던 이유다.


술은 윤 전 대통령의 몰락을 재촉한 요소 중 하나다. 검사 시절 두주불사 행태는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대범한 리더, 대장 같은 이미지로 비쳤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술'은 독선과 오만, 게으름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술자리 이후 늦은 출근은 탄핵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잦은 술자리는 판단력을 흐리게 했고 결국 계엄으로까지 이어졌다. 술은 윤 전 대통령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지만, 그를 낭떠러지로 밀어제친 것도 술이었다. 감옥에 있는 그는 지금도 술을 생각할까.

오랜 스토리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SNS 사랑

이재명 대통령의 상징어는 SNS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민주당 전당대회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 후보들이 몇 배로 늘어나 힘들어한다니 아쉽다. 가능하다면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적었다. 대통령의 SNS 글은 '당무 개입' 논란을 불렀다. 청와대는 추가 설명에 나섰고, 대통령도 당무 개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것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제 이 대통령의 SNS는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다. 국정 운영의 주요한 메시지 채널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에는 하루 동안 다섯 차례나 SNS에 글을 올리며 "호남 반도체는 역사적 성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워낙 SNS에 글을 자주 올리다 보니 요즘에는 언론은 물론 관가에서도 밤늦게까지 대통령의 SNS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상황 파악이나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5월16일까지 이 대통령이 SNS에 올린 게시물 62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게시물의 절반 가까이(49.1%)가 퇴근 이후와 심야 시간대에 올라온 것으로 밝혀졌다. 18시~23시 이전 게시물이 38.1%(238건)였고, 심야·새벽(23시~6시)에 올린 것도 11%(69건)나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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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SNS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SNS를 즐겨 했다. 이 대통령과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한 인사는 "새벽에 메시지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 잠을 자는지 모를 정도다"라고 과거 사례를 전했다. 워낙 SNS를 많이 해 참모들이 비밀번호를 바꿔서 쓰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규연 전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5월 26일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공동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도 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리더들의 공통 요소가 SNS"라며 "간결하고 분명하다. 또 평이하게 설명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 대통령 메시지의 특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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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직접 설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대통령 메시지가 갖는 파급력이 큰 만큼 신중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다루는 사안, 사용하는 용어, 어떻게 비칠지 등에 대한 정무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낳고 해명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직접 소통하려는 선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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