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활황과 금융사의 실적 호조로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등 목적세 세수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금이 많이 걷혀도 정해진 목적에만 쓰도록 묶여 있는 목적세 특유의 재정 경직성 탓에 현장에선 쓰지 못하고 남는 불용액이 수조원씩 쌓이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농어촌이나 교육과 인과관계가 없는 주식 투자자와 금융 소비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는 조세의 기본 원칙인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 세제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목적세 체계를 보통세로 전환해 경직적 재정 운용 구조를 바꾸거나 징수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제 이건 바꿔야] 증시 활황에 농특세 18.5조 전망…"칸막이 없애고 징수 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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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조에 폭증하는 농특세…목적세 칸막이에 불용액 쌓여가

재정경제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농특세 세수는 1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 지난해 8월 본예산 세입 예산 전망치(8조5000억원)나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전망치(13조6000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세수 폭증의 이유는 증권시장 활황이다. 농어촌 진흥을 위한 목적세인 농특세는 재원의 상당 부분이 증권거래에서 나온다. 코스피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거래가액의 0.15%가 농특세로 걷힌다. 올해 코스피가 한때 9000을 돌파하는 등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세입 전망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농특세는 증권거래세 외에도 취득세의 10%, 종합부동산세의 20%로 구성된다.

문제는 세수는 급증하는데 목적세라는 한계 때문에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른 농어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농특세는 현재 농어촌 지원에만 쓰도록 묶여 있다. 농특세의 약 절반(52%)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에 전출돼 농촌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쓰인다.


이 같은 '칸막이'에 미처 쓰지 못한 불용액이 상당하다. 감사원이 공개한 '2025회계연도 국가 결산 검사보고서'에 따르면 농구특회계 예산 17조3700억원 중 3863억원(2.2%)이 사용되지 않았고 586억원(0.3%)이 이월됐다. 농구특회계는 농민직불금, 연구·개발, 농촌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쓰이는 재원으로 절반 이상(52.3%)이 농특세에서 충당된다. 재원은 넘쳐나는데 정작 현장에선 다 쓰지 못해 예산의 비효율과 낭비가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탄력적 운용 위해 일반회계 편입 목소리…이재명 대통령 "농어촌 기본소득에 활용하면 일석다조"

이 같은 농특세의 재정 경직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목적세가 아닌 보통세(일반회계)로 편입해 탄력 있는 운용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농특세, 교육세, 교통세 등 3대 목적세를 폐지하고 일반회계로 통합하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좌절됐고 일몰 연장을 거쳐 수명이 40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올해 농특세 급증이 예견된 만큼 이재명 정부의 고민도 깊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목적세 세출구조 다양화를 암시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목적세는 장기간 유지되면서 기존의 세출이 배분되는 구조들에서 경직적인 것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그런 세출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농특세의 새로운 활용 방안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거주민 모두에게 매달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로 농특세가 수조원대로 폭증하고 있다"면서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면 농어촌도 살고 지역소멸도 막고 수도권 집값 폭등도 완화하는 등 일석다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농촌 위한 세금 걷는 것 합당치 않아…징수 구조 손봐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농특세 활용 방안 논의에 앞서 입법 목적이나 '원인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는 농특세 징수 구조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증권거래세 일부를 농특세로 걷은 것은 도입 당시 주식을 부유층의 사치재로 보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은 서민들의 주요 재테크 수단이 됐다. 아울러 농특세는 농촌경제 침체를 막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입된 조세이기 때문에 시장개방으로 이득을 얻는 경제주체가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주식투자자는 개방에 따른 수혜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원인자 부담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과거 증권 거래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성격이 짙었지만 지금은 서민의 투자 대상"이라면서 "서민들이 FTA 수혜자가 아닌 만큼 조세 원칙상 주식거래에 매기는 농특세는 축소·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라면서 "불용액을 남기는 것보다는 농어촌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되 안정적 운용 차원에서 재원은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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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급감에도 교육세는 비대…올해 불용액 더 늘어날 듯

또 다른 목적세인 교육세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세란 국가의 교육 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부과되는 조세다. 내국세 총액의 20.79%와 함께 교육세 일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문제는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교육세는 계속 늘어 불용액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세는 은행·증권 등 금융사의 수익금 0.5%에 교통세의 15%, 담배·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 30%, 주세의 10~30%로 구성된다. 증시 호황 및 금융사 실적 호조에 힘입어 교육세 징수액은 2025년 기준 5조72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올해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세금이 투입되어야 할 학령인구는 저출생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유·초·중·고 학령아동은 2015년 755만 8000명에서 지난해 593만 6000명으로 급감했고, 2034년에는 300만 명대까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세수만 늘어나다 보니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은 2021년 3조 8341억 원에서 2024년 5조 6334억 원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수익금 1조원을 초과하는 대형 금융·보험사를 대상으로 교육세율을 0.5%에서 1.0%로 인상하면서 불용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에 거두는 교육세, 서민에 전가될 수도…세부담 낮춰야"

이에 교육세 배분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세, 개별소비세 등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대학과 유아교육에 전액 투입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금융사 수익금에서 걷은 교육세를 대학에 우선 투입하고, 나머지를 영유아 교육과 초·중·고교에 나눠 배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일부 손질한 바 있다.


농특세와 마찬가지로 원인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점도 있다. 은행·증권 등 금융사는 교육과 관련성이 현저히 낮다. 이에 교육세 폐지나 세율 인하 요구가 지속되는 중이다. 최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수익 1조원 초과분에 부과되는 교육세율 1%를 0.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 의원은 "과세표준 1조원 초과 구간 신설로 급증한 세금은 서민 경제 타격으로 직결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이 세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보험료를 인상할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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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조정 등의 개선 요구도 이어진다. 금융·보험 교육에 교육세를 투입하거나, 유럽 금융거래세처럼 금융시장 안정화 기금으로 교육세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저출산 등으로 인한 교육예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목적세로서의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형태의 교육세를 폐지하는 것이 맞으나 세수 문제로 어렵다면 금융업과 연관이 있는 세출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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