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조달금리 5% 시대 다시 오나…복합위기 속 건전성 방어
수신 기능 없어 시장성 자금 의존도 높아
조달비용·연체율 동반 상승…외형보다 내실 집중
경기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카드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카드채 조달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4.5%대로 올라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카드사의 실제 조달금리가 5%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채권 발행 등 시장성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조달비용이 늘어 수익성과 자본 여력이 약화하면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신용도와 채권 발행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사들이 외형 확대보다 건전성 방어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2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판매를 본업으로 하는 전업 카드사 7곳(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은 최근 금융채 금리 상승을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닌 복합위기의 신호로 보고 있다. 조달비용 상승과 본업의 수익성 둔화, 연체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금융채Ⅱ 3년물(AA+) 금리는 연 4.500%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연 4.505%로 2년 8개월 만에 4.5%대에 진입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다시 4.5% 선으로 올라섰다.
향후 통화정책과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카드사의 실제 조달금리가 5%대로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채Ⅱ 3년물(AA+) 금리가 마지막으로 5%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월 10일로, 당시 금리는 연 5.088%였다.
카드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가능성을 예상해 왔지만 최근 오름폭과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다고 보고 있다. 환율과 유가 상승, 지정학적 불안이 물가와 시장금리의 상방 압력을 높이면서 높은 조달비용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다. 경기 침체와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인하 장기화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카드론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수익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전업 카드사 7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이들 회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 단순평균은 1.14%로, 전년 동기 1.36%보다 0.2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대형 카드사의 하락 폭이 컸다. 삼성카드의 ROA는 2.47%에서 1.45%로 1.02%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카드는 1.83%에서 1.37%로, 신한카드는 1.27%에서 0.86%로 각각 하락했다.
건전성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전업 카드사 7곳의 실질연체율 단순평균은 1.72%로, 전 분기 말 1.62%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실질연체율은 1개월 이상 연체채권과 대환대출 연체채권 등을 반영한 카드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카드사들은 당분간 우량자산 중심의 선별적 영업과 위험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 폭이 큰 데다 수익성 지표도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우량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선제적 위험 관리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통해 내실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카드론 규제 완화나 신사업 추진보다 자산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조달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기자본 확충, 부실채권(NPL) 상각·매각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성이 악화하면 카드채나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나빠져 자금 조달 차질과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조달비용 증가로 이익과 충당금 적립 여력이 줄어들 경우 건전성과 조달 여건이 함께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ROA 하락과 연체율 상승이 겹친 지금은 성장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춰 경영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며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선제적이고 보수적으로 늘리고 취약차주 관리, 심사 기준 강화,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연체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판매 확대나 신사업은 연체와 손실 추세가 안정된 이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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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NPL 전문 매각기관이나 채권 매각 펀드 등을 활용해 연체자산을 제때 정리할 수 있도록 상각·매각 절차를 정례화해야 한다"며 "과도한 무이자 할부 등 수익성이 낮은 외형 확대형 마케팅은 줄여 비용 구조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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