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피해자와 유가족에 사과, 과오 성찰"

경찰이 과거 고문 및 간첩 조작 등에 관여한 공로로 수여한 훈장을 대거 박탈하기로 했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처원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 등이 포함됐다.


경찰청은 과거 대공사건 관련자 20명의 정부포상 36점을 취소했다고 21일 밝혔다. 훈장 15점, 포장 3점, 대통령 표창 12점, 국무총리 표창 6점이다. 그동안 경찰은 국가폭력 가해자에 수여된 훈장 등을 재검토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상훈법상 훈·포장 취소는 가능했지만,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은 2017년 관련 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 취소 근거가 없었다.

2020년 1월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강진형 기자

2020년 1월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3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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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군사정권 시절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전 경감이다. 이근안은 생전 상훈 16점을 받았다. 실형 확정 이후로도 옥조근정훈장만 취소됐을 뿐 1980년 받은 국무총리 표창도 최근까지 유지됐다. 경찰은 포상 유지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처원 전 대공수사처장도 보국훈장과 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공개된 포상만 13점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경찰 창설 이래 수여된 정부포상 약 10만건을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간첩 조작, 민주화운동 탄압 등 국가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 자체를 기준으로 포상의 적정성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번 포상 취소가 첫 결과다.

포상 취소 대상에는 이근안이 받은 국무총리 표창 1점, 박 전 처장의 대통령 표창 2점과 홍조근정훈장·녹조근정훈장 등 4점이 포함됐다. 박 전 처장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원인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거짓 발표할 당시 경찰의 수장이었던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지금의 경찰청장)이 받은 보국훈장 삼일장·천수장, 홍조근정훈장, 보국훈장 국선장 등 4점도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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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정부포상 외 장관 표창 51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하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당한 진압과 삼청교육대 관련 포상 박탈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고통받은 피해자와 유가족께 사죄드린다"며 "인권 보호와 법치주의를 핵심 가치로 삼아 과오를 성찰하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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