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승강제의 역설]②기술이전 실적 기준?…조기 기술유출 부추길 수도
'우량 등급' 받으려 조기 매각
헐값 계약·기술 유출 우려
복지부 완주 정책과 엇박자
임상 중간 생태계 고사 위기
①미용의료만 웃는 '프리미엄 리그' 우려
②기술이전 실적 기준?…조기 기술유출 부추길 수도
③'기업 살리는 승강제' 되려면
신약 개발 기업에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경우 신약 개발 기업처럼 재무 실적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기업에 ▲시가총액 1조원 및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 ▲임상 1상 이상 복수 후보물질 보유 ▲신약 허가 또는 기술이전(L/O) 실적 등을 핵심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이 '코스닥 셀렉트'에도 유사하게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바이오 기업에 기술이전 실적을 요구하는 것이 신약 자산의 해외 조기 유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27일 "기술이전이라는 기준은 애초에 그 회사가 속한 섹터의 기술력을 우리가 직접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가하기 쉬운 대체 지표로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예전에는 그것도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 속도에 맞게 이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단순한 평가 지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우량 리그 편입 여부가 파트너링 실적에 좌우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임상 결과값이 충분히 쌓이기 전이라도 하루빨리 기술을 넘겨 '실적'부터 만들어야 하는 압박에 놓이게 된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결국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어디와 파트너링하고 있느냐가 평가에서 중요해지는 건데, 그러다 보면 임상 결과값이 나오기도 전에 조기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기술 이전)을 하게 되고 그럴수록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 각종 규제환경과 자본력 등의 문제로 임상 단계 이전에 기술 이전을 하면서 선급금이 1000억원도 되지 않는 헐값에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이미 빈발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임상 1상 이후 선급금 3000억~5000억원을 받으며 기술을 이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한 제약사 담당자로부터 "한국 기업들은 왜 이렇게 좋은 기술을 싸게 파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신약 개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 단계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우량 리그 편입을 위해 헐값 기술 이전 사례가 반복되면 결국 임상 2상까지 갈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생태계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지금도 투자를 못 받아 벤처 창업이 어렵고 임상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더 강한 실적 압박이 가해지면 임상 후기 단계로 갈 수 있는 아이템들이 회사와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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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 스스로 조성한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보건복지부는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 임상 3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둘러 기술 이전으로 돌아서는 사례를 막기 위해 올해 1500억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펀드를 조성했다. 하지만 코스닥 승강제 편입 기준에 기술 이전 실적이 들어가는 순간, 정작 시장은 그보다 훨씬 이른 단계의 기술 이전을 우량 기업의 조건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임상 3상까지 완주하라고 펀드까지 만들어주면서, 거래소는 그보다 훨씬 앞선 단계의 기술 이전 실적을 우량 기업 조건으로 요구한다면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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