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공익기부도 제3자 뇌물로 걸릴 수도"…집행 기준 정리 주문
李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기업 사회공헌 논의 중 "직무 관련성만 있으면 다 걸리는 구조"
법무차관 "과거 기소 사례 있어…현실적 부담 사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정부 부처가 기업과 협의해 공익기관 기부를 이끌어내는 행위까지 제3자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는 현행 수사·기소 관행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직자가 소관 기업의 사회공헌을 연결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 위험에 노출되면 공익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명확한 법 집행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업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은 뒤 "현재 검찰의 제3자 뇌물 운용은 직무상 관련이 있으면 기업과 논의해 제3자인 공익기관에 기부하도록 해도 다 유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업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장관은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교육하는 여명학교가 서울 강서구 폐교 부지에 새 교사를 짓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체 건축비 160억원 가운데 60억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3자 뇌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 뒤 "각 부처가 소관 사무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업체와 소통해 제3자 공익기관에 기부하게 하면 현재의 개념으로는 모두 제3자 뇌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형벌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이런 지경까지 왔다"며 "소관 사무와 관련된 사람과 대화하고 그 사람이 공익기관에 무엇인가를 냈는데, 해당 기업의 현안이 부처 업무와 관련돼 있다면 모두 걸리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굳이 걸면 걸린다"며 "공직자들이 공익적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언젠가는 가이드라인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과거 검찰이 이 같은 사안을 제3자 뇌물죄로 의율해 기소한 사례가 있다"며 "제3자 뇌물죄가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삼고 있지만, 기존 해석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다만 현행 판례상 공무원의 직무와 기업의 기부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지만, 직무 처리와 제3자에 대한 금품 제공이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공통된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도 공무원이 먼저 기부를 요구했거나 기업의 기부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기업 사회공헌을 활성화하려면 공익적 기부와 직무상 대가성이 있는 우회 뇌물을 구분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정부가 기업과 공익기관을 연결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을 확대하면서도, 공무원의 기부 권유가 기업의 인허가나 규제 현안과 결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형사책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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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대통령 자신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서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자신에게 적용됐던 검찰의 법리와 수사 관행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은 기업의 현안 해결이나 경기도의 대북사업 지원과 제3자에 대한 금품 제공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이 대통령 측은 공익적·정책적 사업을 범죄로 구성한 정치적 기소라고 반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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