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 중 국가 기립 강요
설문 64% "손대지 말았어야"
SNS에서는 노인 행동 두고 찬반
정치 성향 논쟁 번진 야구장 사건

미국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국가 연주 도중 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관중이 뒷자리 관중에게 뒤통수를 맞는 영상이 확산하면서 '애국심'과 '개인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TMZ와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최근 야구장에서 국가 연주 중에 일어난 폭행 사건에 대해 소개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시작 전에 촬영됐다. 이날 경기는 컵스가 10대1로 크게 이겼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시작 전에 촬영됐다. 이날 경기는 컵스가 10대1로 크게 이겼다. SNS

문제의 장면은 지난 1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 시작 전에 촬영됐다. 이날 경기는 컵스가 10대1로 크게 이겼다. SNS

AD
원본보기 아이콘

공개된 영상을 보면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이 연주되자 관중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한 젊은 남성은 좌석에 그대로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바로 뒷자리에 있던 컵스 유니폼 차림의 고령 남성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이어 청년의 귀에 무언가를 말한 뒤 손으로 뒤통수를 한 차례 때렸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맞은 청년은 잠시 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를 지켜본 주변 관중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고령 남성에게 항의하거나 행동을 제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령 남성은 청년이 일어나자 "감사합니다, 젊은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게시한 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넘어서면서 고령 남성의 행동이 '애국심을 일깨운 행동'인지, 타인의 선택을 폭력으로 억압한 행위인지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국가가 연주될 때 일어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 "나라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에는 누군가 경고할 필요가 있다", "강하게 때린 것도 아니고 가볍게 주의를 준 것"이라며 고령 남성을 두둔했다.

영상은 X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게시한 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넘어서면서 고령 남성의 행동이 '애국심을 일깨운 행동'인지, 타인의 선택을 폭력으로 억압한 행위인지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SNS

영상은 X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게시한 지 몇 시간 만에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넘어서면서 고령 남성의 행동이 '애국심을 일깨운 행동'인지, 타인의 선택을 폭력으로 억압한 행위인지를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SNS

원본보기 아이콘

"나라에 대한 존중을 제대로 가르쳐줬다", "주변 관중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을 보면 상황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애국주의 성향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이 장면을 보면 좋아할 것"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반면 청년이 국가 연주 때 앉아 있었던 행동과 폭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비판도 거셌다.


누리꾼은 "미국이 자랑하는 가치는 자유인데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모순",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낯선 사람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앉아 있는 것이 무례할 수는 있어도 폭행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컵스 팬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청년이 앉아 있는 선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때릴 수는 없다"며 해당 고령 남성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작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노인은 국기를 보지 않고 앞자리 청년만 감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TMZ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도 폭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82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4%는 '다른 사람에게 손대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에 대한 올바른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며 고령 남성의 행동을 지지한 응답은 36%였다. 다만 이는 무작위 표본조사가 아닌 매체 독자 대상 온라인 설문이다.

시카고 경찰은 영상이 확산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건과 관련한 정식 신고나 경찰 보고서는 접수되지 않아 현재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컵스 구단도 현지 언론의 질의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연방법은 국가가 연주될 때 국기를 바라보고 일어서서 오른손을 가슴에 얹는 예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다른 관중에게 기립을 물리적으로 강요할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AD

일리노이주 형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신체적 피해를 주거나 모욕적·도발적인 방식으로 신체 접촉을 가하면 '배터리'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지 언론도 이번 행동이 구체적인 경위에 따라 폭행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가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 행동이었지만, 결국 미국 사회가 중시하는 개인의 자유와 타인의 신체를 침해하지 않을 권리까지 건드렸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