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홍성용 개인전 '박제된 기억'·박상준 개인전 '바다와 나비' 外
홍성용 개인전 '박제된 기억'
기억은 선명한 장면으로만 남지 않는다. 어떤 것은 얼룩처럼 번지고, 어떤 것은 사물의 표면에 붙어 오래 남는다. 홍성용의 개인전 '박제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희미해지는 기억의 흔적을 옻칠 회화로 붙잡는다. 화면에는 아이, 얼룩말, 오리, 꽃, 축음기, 샹들리에, 낡은 의자처럼 서로 다른 시간에서 온 듯한 이미지들이 흩어져 있다. 그것들은 하나의 서사를 이루기보다, 잊힌 감각이 불쑥 되살아나는 순간처럼 떠오른다.
작가에게 '박제'는 과거를 고정해 보관하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는 감각을 현재로 다시 불러오는 방식이다. 여러 차례 칠하고 말리는 옻칠의 과정은 기억이 쌓이고 변형되는 시간과 닮았다. 금빛과 갈색의 표면 위에 켜켜이 쌓인 도상들은 오래된 사진첩보다 더 낯설고, 더 물질적이다. 회화 44점을 통해 작가는 개인의 경험과 장소, 사물에 스민 감정을 하나의 표면 위에 겹쳐 놓는다. 8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
박상준 개인전 '바다와 나비'
바다 앞에 선 나비는 너무 작고, 너무 흰 존재다. 박상준의 개인전 '바다와 나비'는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출발해, 현실 앞에서 상처받는 순수한 존재의 시간을 도예로 옮긴다. 시 속 흰나비는 푸른 바다를 청무밭으로 착각해 날아들었다가 상처를 입는다. 작가는 그 장면을 비극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바다를 건너려는 나비 앞에 자갈과 징검다리를 놓고, 떠나기 전 잠시 머물 수 있는 조약돌의 시간을 마련한다.
박상준 개인전 '바다와 나비' 전시 전경.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현실 앞에서 상처받은 순수와 다시 날아오를 희망을 도예로 형상화했다. 갤러리한결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쉬어갈 자리이자 다시 날기 위한 최소한의 희망이다. 슬립 캐스팅 기법으로 만든 도예 작업들은 시의 상징을 입체적 조형 언어로 다시 세운다. 흰나비가 순수라면, 바다는 냉혹한 현실이고, 돌은 그 현실을 견디게 하는 작은 안식처다. 박상준은 상처 이후의 장면을 묻는다. 좌절한 존재는 어디에서 쉬고, 어떤 힘으로 다시 날아오르는가. 8월 16일까지, 갤러리한결.
박성민 개인전 '시선이 사유가 될 때'
얼핏 보면 추상화다. 검은색과 푸른빛의 경계, 옅은 분홍의 번짐, 도자기 유약처럼 미끄러지는 표면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나 박성민의 개인전 '시선이 사유가 될 때'는 추상의 자율성보다 극사실 회화의 끝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실제 도자기 표면의 결, 균열, 색의 번짐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극도로 확대한다. 대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들여다본 끝에 색과 물성, 붓질의 흔적으로 해체된다.
AI가 이미지를 정교하게 생성하고 복제하는 시대에, 전시는 회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박성민은 재현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재현을 밀어붙여 사유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초기 '아이스 캡슐' 연작이 얼음 속 과일과 식물에 응고된 시간을 붙잡았다면, 최근의 도자기 표면 작업은 사물 안쪽에 축적된 촉각과 기억을 화면으로 끌어낸다. 관람자는 무엇이 그려졌는지보다, 얼마나 오래 바라보았는지를 먼저 감각하게 된다. 8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슈페리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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