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역 머니무브' 조짐
증시 변동성 확대에 4대 은행 ETF 판매액 급감
한은 금리 인상 본격화로 안전자산 선호 확산
원금 보장 예·적금 매력도 높아져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올해 상반기 은행 창구에서 판매가 급증했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반도체주 약세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증시로 이동했던 자금이 원금을 보장하는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등 '역(逆) 머니무브' 조짐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달 1~16일 ETF 판매액은 1조858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7월 중순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6월 한 달 판매액(13조 5943억원)과 비교하면 판매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 은행권 ETF 판매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월별 판매액은 1월 7조3541억원에서 2월 8조2921억원으로 늘어난 뒤 3월 6조7960억원으로 주춤했지만, 4월 9조5362억원, 5월 14조7136억원까지 치솟았다. 6월에도 13조5943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투자 열기가 이어졌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최근 증시가 급격히 흔들리면서다.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9114.55까지 올랐지만 20일에는 6516.27로 밀리며 한 달 만에 40% 급락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출시되며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시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연내 1~2회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뿐 아니라 원금을 보장하는 예·적금의 매력도 한층 높아졌다.
현재 은행 예금 금리는 연 3%대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9개 은행의 37개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2.4~3.85%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60%인 23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3%를 웃돈다.
은행들도 특판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동수당 수령 등 육아 가정 특성에 맞춰 최고 연 10%의 금리를 제공하는 'KB아이사랑적금'과 월별 달리기 거리에 따라 최고 연 7.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KB달리자적금'을 판매 중이다.
신한은행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3.3%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을 이달 말까지 총 1조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만 50세 이상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고 연 3.4%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SOL메이트 정기예금'도 23일까지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우리은행 역시 'WON플러스'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를 기존 연 2.9%에서 3.2%로 인상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상승 시 예·적금 금리 상단도 한 단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예·적금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 대기자금이라면 특판 예금이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시장 하락기에 ETF를 무조건 매도하기보다 분할매수 전략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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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선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향후 금리 상승 흐름에 따라 예금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자금은 특판 예금이 유리할 수 있으나 장기 투자자라면 ETF와 예금을 투자 기간과 성향에 맞게 병행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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