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근육 재생 억제 단백질 'Dnajb5' 세계 첫 규명
쥐 실험서 근육 재생 26%·근력 14% 향상…부작용 줄인 치료제 기대

노화로 근육이 감소하는 근감소증과 암 환자의 극심한 근육 소모인 악액질(cachexia)을 치료할 새로운 표적이 남극 물고기에서 발견됐다. 근육 재생을 억제하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면서,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극지연구소는 김진형 박사 연구팀이 가천대학교 윤미섭 교수팀과 함께 남극검은돌치(Notothenia coriiceps)에서 근육 재생과 성장을 조절하는 열충격단백질(HSP) 계열의 'Dnajb5'를 발견하고, 그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남극검은돌치. 연구진 제공

남극검은돌치.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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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은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이 근감소증을 앓고 있다. 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악액질 역시 치료 성과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후보 물질이 개발됐지만 전신 대사 이상이나 인슐린 저항성, 발암 위험 등 부작용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중 브레이크' 푸니 근육 재생 촉진


연구팀은 극한의 저온과 높은 활성산소 환경에서 살아가는 남극검은돌치의 근육을 분석한 결과, Dnajb5가 근육 재생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Dnajb5는 평상시에는 근육 내 단백질 합성과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두 경로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근육이 손상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두 브레이크가 함께 풀리고 근육 재생과 성장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이 효과도 확인했다. 근육 손상을 유도한 뒤 Dnajb5의 발현을 억제하자 재생된 근섬유 단면적은 대조군보다 약 26% 증가했다. 근력은 14% 향상됐고, 지구력은 31% 오래 유지되는 등 운동 능력도 개선됐다.

Dnajb5 단백질 작동 매커니즘. 연구진 제공

Dnajb5 단백질 작동 매커니즘. 연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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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단백질 합성과 에너지 대사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근육의 물리적 강도와 세포 내 대사 효율이 함께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진형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Dnajb5는 근육 조직에 선택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단백질"이라며 "이 단백질만 표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기존 치료제의 전신 부작용은 줄이고 근육 재생은 보다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근육학 및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7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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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극한 환경에 적응한 극지 생물의 생존 전략이 인류 난치성 질환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극지 생물자원의 의학적 활용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 성과"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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