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관광객 보는 앞에서 동전 가방에 담아
신원 확인·처벌 요구 확산
서울시 관리 재산 여부가 핵심
공모·협동 확인되면 특수절도 가능성도

서울 청계천 팔석담에 들어가 시민과 관광객들이 던진 '행운의 동전'을 무더기로 주워가는 남녀의 모습이 포착됐다. 장학금과 세계 어린이 지원에 사용되는 동전인 만큼 이들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소셜미디어에는 중년으로 보이는 남녀가 청계천 물속에서 동전을 주워 가방에 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서울 청계천 팔석담에 들어가 시민과 관광객들이 던진 '행운의 동전'을 무더기로 주워가는 남녀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SNS

서울 청계천 팔석담에 들어가 시민과 관광객들이 던진 '행운의 동전'을 무더기로 주워가는 남녀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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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면 양산을 쓴 여성이 슬리퍼를 신은 채 물길로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하나씩 주웠고, 잠시 뒤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도 합류했다. 두 사람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 등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동전을 계속 주워 미리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가방에 담았다. 이후 양산과 우산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촬영 장소는 청계광장 모전교 인근에 있는 팔석담이다. 전국 팔도를 상징하는 돌로 조성된 이곳은 가운데 소망석을 향해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서울의 트레비 분수'로 불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팔석담에 던져진 동전은 단순히 물속에 버려진 돈이 아니다. 서울시설공단은 동전을 수거해 국내 동전은 서울장학재단 장학사업에, 외국 동전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을 통한 해외 어린이 지원에 사용해 왔다. 현장에도 동전의 사용처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들까지 지켜보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기부금을 가져간 것이나 마찬가지", "CCTV를 확인해 신원을 찾아야 한다",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운 게 아니라 훔친 것?"…청계천 팔석담 동전 가져가면 무슨 죄

그렇다면 물속에 떨어진 동전을 가져가면 절도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대한민국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사람을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절도를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점유로 옮기는 행위'로 보고 있다. 물건이 타인의 점유 아래 있는지는 관리 범위와 관리 가능성, 지배 의사 등을 종합해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

영상 촬영 장소는 청계광장 모전교 인근에 있는 팔석담이다. 전국 팔도를 상징하는 돌로 조성된 이곳은 가운데 소망석을 향해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서울의 트레비 분수'로 불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SNS

영상 촬영 장소는 청계광장 모전교 인근에 있는 팔석담이다. 전국 팔도를 상징하는 돌로 조성된 이곳은 가운데 소망석을 향해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서울의 트레비 분수'로 불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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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석담 동전은 서울시설공단이 지속해서 수거하고 세척·분류해 정해진 공익사업에 사용한다. 안내판을 통해 동전의 용도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주인이 없는 돈이나 우연히 떨어진 유실물보다는 서울시 또는 관리 기관의 사실상 지배·관리 아래 있는 재산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청계천 개장 직후인 2006년에도 팔석담 동전을 노린 절도가 잇따랐다. 당시 서울시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동전을 훔치던 사람을 적발했으며, 피해가 이어지자 심야 전담 경비와 폐쇄회로(CC)TV를 배치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기부한 동전이라도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소유·관리하는 재산이므로 이를 가져가면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물속에서 주운 돈인 만큼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형법 제360조는 유실물이나 타인의 점유를 벗어난 재물을 가져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팔석담은 시설공단이 매일 관리·점검하고 동전을 정기적으로 수거하는 장소다. 동전을 던진 사람들도 공익사업에 사용된다는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관리자의 점유가 완전히 사라진 유실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만 구체적인 죄명은 동전의 관리 방식과 가져간 경위, 고의성 등을 수사기관이 확인한 뒤 결정하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주웠다면 '특수절도' 가능성도

영상 속 두 사람이 사전에 역할을 나누거나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함께 동전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특수절도죄가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형법 제331조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훔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단순히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범행에 대한 공모와 시간적·장소적 협동 관계, 실행행위 분담 등이 입증돼야 한다. 현재 영상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나 사전 공모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두 사람의 정확한 신원과 국적, 가져간 동전의 액수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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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레비 분수의 동전 등 유명 관광지에서도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을 몰래 가져가는 행위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는 관광객들이 매년 거액의 동전을 던진다. 수거된 돈은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에 전달돼 무료 급식소와 푸드뱅크, 취약계층 지원사업 등에 사용한다. 현장에는 동전을 훔치지 말라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으며, 분수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도 금지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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