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객 19%·관광숙박 소비 17.5%↑
여행사 4.2%·항공사 24.6%↓
FIT·해외 OTA 확산에 국내업계 온기 막혀
관광물가 14.7% 급등…외형·체감 간극 커져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200만명에 육박했고 이들이 국내에서 쓴 카드 소비액은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겉으로는 완연한 관광 호황이다. 하지만 같은 달 관광·여행 산업의 생산은 8.8% 줄었고 여행사와 항공사의 카드 매출도 뒷걸음쳤다. 외국인의 지갑은 쇼핑·의료·숙박에서 열렸지만 국내 여행 유통망에는 온기가 닿지 않는 '편식형 관광 호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5월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지만 여행사·항공사 등 전통 여행업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신세계면세점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5월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지만 여행사·항공사 등 전통 여행업 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쳤다. 신세계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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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6년 6월 문화체육관광 월간동향'에 따르면 5월 관광·여행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서비스업생산지수가 4.9% 증가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문화체육관광 서비스업 전체 생산지수도 3.5% 하락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관련 업종의 매출액에 부가가치 가중치를 적용해 산업의 생산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 총액만 보면 관광시장은 성장했다. 5월 관광 분야 신용카드 지출액은 5조9533억원으로 전년보다 6.4% 늘었다. 다만 업종별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관광숙박업 지출액은 4261억원에서 5007억원으로 17.5% 증가했지만 관광여행사는 492억원에서 471억원으로 4.2% 감소했다. 항공사 지출액도 3488억원에서 2631억원으로 24.6% 줄었다.

방한객 급증에도 여행업 생산은 뒷걸음

온라인 시장에서도 여행 부문만 흐름에서 뒤처졌다. 5월 온라인 여행·교통서비스 거래액은 2조7593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0.3% 늘었고 화장품 거래액은 36.6% 급증했다.


반면 방한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이어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5월 방한 외래객은 194만5809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9.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의 131% 수준이다.

외국인 2조원 썼는데 여행업은 역성장…'편식형 K관광 호황' 원본보기 아이콘

외국인의 씀씀이도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5월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전년보다 67.1% 증가했다. 월간 외국인 카드 소비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중국인 소비는 214% 급증했고 업종별로는 쇼핑이 77.8%, 운송이 70.6%, 의료·웰니스가 65.8%, 식음료가 64.9% 늘었다.

외국인 소비 증가가 국내 여행업 매출로 그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관광공사 통계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용한 온라인 소비까지 포함한다. 반면 문화관광연구원 통계는 내·외국인 신용카드 승인액을 토대로 전체 시장을 추정하면서 전자상거래와 결제대행 등 온라인 업종은 제외한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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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해외 OTA가 끊은 '낙수효과'

여행 방식의 변화도 지표의 간극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외래객 10명 중 8명이 개별여행객일 만큼 방한시장은 단체관광에서 자유여행 중심으로 재편됐다. 항공권과 숙박을 방한 전에 해외 온라인여행사(OTA)나 자국 플랫폼에서 직접 예약하는 소비가 늘면서 외래객 증가가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의 카드 매출로 곧장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항공시장에서는 이 같은 괴리가 더욱 선명하다. 5월 국제선 여객은 824만6834명으로 전년보다 8.1% 늘었고 국제선 운항 편수도 7.3% 증가했다. 하지만 항공사 카드 지출액은 24.6% 감소했다. 여객은 늘었지만 해외 항공사와 OTA를 거쳐 사전에 결제된 금액이 많아지면서 국내 카드 승인액에는 온전히 잡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소비처가 전통적인 여행상품에서 쇼핑과 의료·웰니스, 식음료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점도 국내 여행업계의 체감도를 낮추고 있다. 방한객 증가로 숙박업은 특수를 누렸지만 여행상품을 설계·판매하는 여행사와 항공권 유통 부문은 같은 폭의 성장을 얻지 못했다.

외국인 2조원 썼는데 여행업은 역성장…'편식형 K관광 호황' 원본보기 아이콘

관광물가 14.7%…커진 외형, 좁아진 체감

가격 상승도 관광 소비의 외형을 부풀렸다. 5월 관광·여행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4.7%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1%의 약 4.7배로 문화체육관광 분야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제항공료와 해외 단체여행비, 국내 항공료, 승용차 임차료 등 여행 관련 품목이 일제히 뛰었다.


같은 달 관광 분야 카드 지출 증가율은 6.4%에 그쳤다. 두 지표의 구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비액 증가보다 여행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른 것은 관광 호황의 상당 부분이 가격 효과에 기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한객과 명목 소비는 급증했지만 관광산업 현장의 체감 회복은 이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결국 방한객 수와 소비 총액만으로 관광산업 전체의 호황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외국인의 지갑은 쇼핑과 의료·웰니스, 식음료, 숙박에서 크게 열렸지만 여행사와 항공사 카드 지출, 온라인 여행 거래, 관광·여행 생산은 반대로 움직였다. 관광객 증가의 과실이 일부 업종과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관광산업 내부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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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전문위원은 "방한객과 명목 소비액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관광물가 상승과 업종별 편차를 함께 봐야 한다"며 "외래객 증가의 효과가 숙박·여행사·항공 등 관광산업 각 업종에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살펴야 실질적인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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