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하려면 이사해야 하는데"…이주비 대출잔액 해마다 감소[부동산AtoZ]
5월 대출잔액 17.4조원…전년比 4000억원 ↓
2년 새 2조원 줄어
보증발급 가구수는 되려 증가
자금난으로 사업지연 조합 속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권의 이주비 대출 잔액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은행권 이주비 대출 잔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0억원가량 감소했는데, 2년 전 같은 달보다는 2조원이 줄었다. 이주비를 조달하지 못한 재건축 조합은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의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5월 19조원에 달했던 은행권 이주비 대출잔액은 지난해 5월 17조4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든 데 이어 올해 같은 달엔 또다시 4000억원 감소했다.
이주비 대출은 이주 기간에 머물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하고자 조달하는 비용을 뜻한다. 크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기본 이주비 대출'과 시공사 신용보강 방식으로 끌어오는 '추가 이주비 대출'로 나뉜다. 이 중 추가 이주비 대출은 이주비 사업자 대출로 분류돼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주비 대출잔액이 추세적으로 줄어드는 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때문이다. 기본 이주비 대출은 가계대출로 분류된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의 일환으로 이주비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최대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걸어 잠갔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7조원대를 기록했던 대출 잔액은 대출 규제 여파가 본격화된 같은 해 7월 들어 16조800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후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올해는 17조원 안팎에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 잔액은 감소했지만, 이주비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HUG가 올해 1~5월 이주비 대출 보증을 발급한 가구는 6952가구로, 2024년 5435가구와 지난해 5578가구보다 증가했다.
수도권 내 재건축 사업장에선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사업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연초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을 조사한 결과 91%인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40%까지 낮추면서 전체 조합원의 80%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욱이 자녀 학교 문제로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 인근에서 이주를 해야 하는 조합원들이 많은데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더욱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량리 재개발 조합 관계자도 "서울시에서 이주비 융자지원을 내주고 있으나 한계가 1순위 근저당 설정이 필수라 이미 대출이 있는 경우엔 지원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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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주비 대출이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비 성격의 자금인 만큼 일반 가계대출과 동일하게 규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에 필요한 자금 수요는 대출을 규제한다고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1금융권에서 막히면 결국 시공사 추가 이주비 대출 등으로 활로를 찾아 조합원의 금융비용만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비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입주 시 상환되는 자금인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정부의 무리한 대출 규제가 결국 재건축 이주비 대출까지 옥죄면서 도심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 정비사업의 첫 단추인 이주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투기 수요는 차단하되 실수요성 이주비 대출은 정상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규제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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