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센터' 1년째 상급 부서 탓만 하며 표류
"검토 중" 앵무새 답변에 의원 5명 일제히 비판

전남광주 해남군 집행부의 수동적이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한 행정 처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해남군의회 복지 정책 관련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상급 부서의 지침만 기다린다"는 핑계로 주요 복지 현안을 방치하고 있는 군의 태도를 일제히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사업인 '그냥해드림센터'는 1년 넘게 표류 중이며, 보육 및 돌봄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집행부는 "검토하겠다", "고민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제352회 해남군의회 임시회.  해남군의회 제공

제352회 해남군의회 임시회. 해남군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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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 없어도 설계는 가능"…민찬혁 의원, 탁상행정 직격

이날 업무 보고에서 가장 큰 쟁점은 민주당 제1호 공약인 '그냥해드림센터' 사업이다. 65세 이상 노인 2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형광등 교체, 편의시설 수리 등을 지원하는 이 사업에 대해 집행부는 1년 이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민찬혁 의원이 사업 추진 현황을 묻자, 김은자 가족행복과장은 "해당 사업의 정확한 매뉴얼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상위 부서에서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민 의원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해남군이 운영 중인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연 42억원 규모)와 AI·IoT 기반 스마트 돌봄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고민해보겠다"가 전부였다.

또 민 의원은 공립어린이집에는 냉방비 등이 지원되지만 민간어린이집은 배제되는 상황을 꼬집으며 "공립은 지침이 있고 민간은 지침이 없어서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모공원 부대시설 증축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도시계획 시설 정정)를 무시하고 공사를 선(先)진행한 집행부의 불통 행정을 강하게 질타했다.

현장 외면한 '규제 만능주의'…이정확·김미숙 의원, 종사자 처우 개선 촉구

이정확 의원은 '전국민 돌봄 시대'를 역행하는 행정부의 규제 중심적 사고를 꼬집었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대상자들의 '차량 운송' 요구에 직면하며 겪는 현장의 고충을 언급했다.


집행부가 "요양보호사들이 태우고 가는 것은 맞지 않으며, 지침상 지양하라고 돼 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안 된다는 지침만 내리면 현장에는 반영이 안 된다"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종사자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보통합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은 "타 지자체 대비 중상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청소년 유해환경 단속에 대해서도 단순 '주점 술 판매 단속'을 넘어, 우범지대나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과 CCTV를 설치하는 등 환경적 요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숙 의원 역시 돌봄 현장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조명하며 가세했다. 김 의원은 "어르신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조리사와 운전원도 필수 인력"이라며 장기요양기관 및 주간보호센터의 직종별 현황과 처우 개선 지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마을이 곧 돌봄의 중심"… 초고령사회 맞춤형 대안 쏟아져

의원들은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미경 의원은 올해 3월 시행된 돌봄 통합지원법을 언급하며 "돌봄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전담 조직 신설과 인력 양성 등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1인당 약 29만원)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자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노중희 의원은 군내 598개 경로당 중 남녀 휴게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시설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안 되어 있는 행정부의 실태를 지적하며, "이용 인원과 시설 여건을 조사해 불편함이 큰 경로당부터 우선 정비하고, 기능 보강 사업에 남녀 분리 항목을 포함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상정 의원은 농촌 마을 맞춤형 돌봄 체계 비전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어르신들의 소원은 마을에서 죽는 것"이라며 경로당을 마을 돌봄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행 1억8,000만원 수준인 경로당 신축 지원액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한편, "격일제로 이뤄지는 경로당 식사 지원을 매일 제공으로 확대해 어르신들의 복지와 돌봄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군의회의 질의를 관통하는 핵심은 해남군 집행부의 심각한 '지침 의존증'이다. 기존 예산과 인프라를 활용해 충분히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안들마저 상급 기관의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탁상행정에 갇혀 현장의 목소리를 '규제'로만 억누르고, 의원들이 제시하는 대안에는 "고민하겠다"는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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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만의 주도성과 실행 역량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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