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선 검토 8개월 만에 첫 협의…이견 여전
여신협회·렌터카업계, 시장 획정·소비자 후생 놓고 충돌
렌터카업계 “당국 회신 없으면 동반위 접촉 검토”

금융당국이 캐피털사의 렌털 자산 취급 한도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여신금융업계와 렌터카업계가 중소 렌터카 업체에 미칠 영향을 놓고 맞서고 있다. 여신금융업계는 캐피털사의 주력 시장이 장기 렌털이어서 단기 렌터카 중심의 중소 업체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렌터카업계는 규제가 완화되면 자금력과 자동차 제조사 계열망을 갖춘 캐피털사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캐피털사 렌털 규제 완화 놓고 업계 충돌…“시장 분리” vs “잠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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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여신금융협회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전국렌터카연합회는 금융위원회가 캐피털사의 렌털 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8개월 만인 지난 13일 처음으로 협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5월 금융위에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 13일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할부금 납부를 3~6개월 유예하는 방안과 캐피털사의 단기 상품 관련 정보 공유 등을 제안받았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하루 뒤인 14일 금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캐피털사의 렌털 취급 한도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금융위와 공정위의 답변이 없을 경우 동반성장위원회 등 다른 기관에 금융회사의 렌털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윤철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장은 "여신금융협회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주장을 통보받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배경에는 현행 렌털 자산 취급 한도 규정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있다.


금융위가 개정을 검토하는 규정은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별표 1의 3이다. 현행 규정은 "물건별 렌털 자산의 분기 중 평균 미상각잔액은 해당 리스자산의 분기 중 평균잔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캐피털사는 리스자산 잔액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렌털 자산을 보유·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캐피털·신기술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렌털업 취급 한도 등 여러 규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쟁점은 캐피털사와 중소 렌터카 업체의 영업 영역이 실질적으로 구분되는지다. 대형 캐피털사 A사는 지난 16일 본지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현행 규제 아래 캐피털사의 렌털 사업과 중소 렌터카 업체의 단기 대여 사업은 주력 영역이 다르다"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와 대형 캐피털사들은 수년 전부터 "여전업 감독규정에 따라 캐피털사가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 상품을 취급하는 데 제한이 있다"며 "중소 렌터카 업체가 주로 영위하는 단기 대여 시장과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오히려 전업 대형 렌터카 회사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은 단기 렌털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어 이들이 중소형 렌터카 업체의 '골목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장기 렌털 시장과 단기 렌터카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규정상 여전사가 단기 렌털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 렌털과 단기 렌털이 차량 이용 서비스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 상호 대체 가능한 관계인 만큼 규제 완화 이후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 시장 간 경계가 점차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캐피털사 렌털 규제 완화 놓고 업계 충돌…“시장 분리” vs “잠식 우려” 원본보기 아이콘

소비자 편익에 대한 양측의 평가도 엇갈린다. 여신금융업계는 규제가 완화되면 장기 렌털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 늘어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렌터카업계는 금융회사의 신용심사 기준이 적용되면 중·저신용 소비자가 일부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신금융업계와 렌터카업계에 따르면 여전업 감독규정 개정은 법률 개정 사안이 아니어서 금융위 차원의 절차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렌터카업계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중소 렌터카업계의 보호·상생 방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데다 업계 간 이견도 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전업계의 렌털 한도 완화 정책 시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중소 렌터카 업체 보호 방안에 관해서도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여부와 별도로 시장 획정과 소비자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의 진출로 소비자 후생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과 진입을 허용하면 기존 산업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의 렌털 규제가 완화돼 장기 렌털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차량 이용 방식과 정산 방식, 계약 구조를 소비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편익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 향상 등을 고려하면 캐피털사의 진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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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렌터카 시장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고, 금융사의 진출 문턱을 낮추면 단기간에 중소 렌터카 업체 임직원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기관이나 대학에 6개월 이상 정책연구 용역을 맡겨 규제 완화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검증한 뒤 금융위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결과를 발표하거나 공청회·정책토론회 등을 열어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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