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간 활동 마무리…투자 200조·소득 4만달러 청사진
반도체·기업 유치에 무게…갈등 조정·시민 체감 전략 미흡
시민주권 행사 43회 열었지만 참여자 1천200여명에 그쳐
약 43일간 활동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위원회가 20일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출범 초기 혼란 속에서 통합특별시의 시정 방향과 정책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정작 통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조정과 균형발전 원칙, 시민 체감형 정책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인수위는 이날 특별시청 전남청사에서 '하나의 남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직자와 함께 여는 특별시'란 부제로 해단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선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 투자 200조원 유치, 통합특별시 개인소득 4만달러, 제조업 매출 50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비약성장과 균형발전, 기본사회, 녹색도시, 시민주권 등 5대 시정원칙과 7대 추진 전략, 40개 정책과제, 104개 세부 추진과제도 발표했다.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의 중심에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등 미래산업 육성이 자리 잡았다. 89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를 지역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고, 기업과 인재를 유치해 전남광주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백승주 전남광주대전환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청사 4층 왕인실에서 열린 인수위 해단식에서 지난 43일 동안 이뤄진 성과 등을 발표하고 있다. 심진석 기자
다만 성장 전략과 대형 투자 유치에 무게가 쏠리면서 통합 이후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변화와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할 구체적인 방안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만 있고 통합의 원칙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재만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짧은 기간에 전례 없는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인수위는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조직이 아니라 향후 4년의 방향과 전략을 설계하는 조직인 만큼 그 역할에 비춰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수위의 가장 큰 한계로 성장 담론에 대한 편중을 꼽았다.
그는 "먹고사는 문제와 성장 전략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압도적 성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시민들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들은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며 "반도체와 기업 유치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은 많았지만, 통합으로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전략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들이 '통합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끼려면 생활 속 변화와 행정서비스 개선,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함께 제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던 각종 갈등에 대한 대응 전략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특별시는 출범 이후 공직사회 인사와 조직개편, 청사별 기능 배분, 국립의대 문제, 지역별 개발사업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대부분 통합 논의 단계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박 대표는 "공직사회 인사 갈등과 조직 배치, 의대 문제, 지역별 발전사업을 둘러싼 충돌은 통합 이전부터 예견됐던 문제"라며 "어떤 원칙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어떤 기준으로 추진할 것인지 큰 틀의 로드맵을 인수위가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사 기능 배분과 지역 불균형, 지역소멸 문제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고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명확한 원칙이 보이지 않았다"며 "성장 전략만큼이나 통합의 철학과 갈등 조정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시 소속의 한 고위 공직자도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내부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공직자는 "최근 불거진 인사와 조직개편 문제에는 인수위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내용이 내부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다 보니 공직자들은 불안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며 "통합 행정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정책 결정 과정과 기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인수위가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시민주권'도 기대에 비해 체감도가 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위가 제출한 활동백서에 따르면 시민주권위원회가 진행한 공식 행사는 모두 43회다. 회의 16회, 간담회 25회, 타운홀미팅 2회다. 각종 회의와 간담회에서 도출된 의제·과제 19건 가운데 18건이 정책에 반영됐고 1건만 미반영됐다는 것이 인수위 측 설명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참여 인원은 회의 196명, 간담회 633명, 타운홀미팅 370명 등 모두 1,199명에 그쳤다. 중복 참여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참여 시민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320만 시민을 포괄하는 통합특별시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에는 참여 규모와 대표성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시민주권을 주제로 한 공식적인 소통 자리가 2회 있었지만 다양한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별도 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누기는 했지만 보다 폭넓은 공론화 과정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통합은 단순히 행정조직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이라며 "앞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결정 과정에도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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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형배 시장은 이날 해단식에서 "통합특별시가 316만 시민께 무엇부터 보여드려야 할지 그 길을 열어주셨다"며 "전남과 광주가 하나로 통합하기를 잘했다는 말을 시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함께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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