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폐기 금지에 생산·재고 전략 수정 불가피
재고 부담 커진 명품업계…AI 활용 확대 전망도

유럽연합(EU)이 팔리지 않은 의류와 신발의 폐기를 전면 금지하면서 명품업계가 재고 관리의 새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희소성 유지를 위해 재고를 폐기해온 기존 전략이 힘을 잃으면서 명품업계의 생산·재고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U가 미판매 의류·신발의 소각·매립을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U가 미판매 의류·신발의 소각·매립을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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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부터 EU는 고객 반품 상품을 포함한 미판매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규제는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섬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2024년 승인됐다.


새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기부와 수선, 재사용 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고를 처리해야 한다. 건강이나 안전에 위해를 끼치거나 위조품,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제품은 예외적으로 폐기가 허용된다.

'안 팔리면 폐기' 관행에 제동…명품업계 생산·제고 관리 바뀌나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섬유 제품의 4~9%는 사용되기 전 폐기된다. 연간 규모로는 약 26만4000~59만4000t에 달한다. 지난주 공개된 법원 자료에 따르면 샤넬은 재고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홍콩에서 수천 개의 미판매 제품을 정기적으로 폐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샤넬은 FT에 "법정에서 언급된 수치는 현재의 글로벌 운영 방식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판매가 어려운 제품은 2019년 설립한 재활용 계열사 '라틀리에 데 마티에르'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조치로 명품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을 폐기해 시장 공급을 제한하고 희소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관리해온 전략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FT는 "브랜드들은 재고를 더 오래 보관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한 대형백화점 명품관 앞에 시민들이 명품관 개점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강진형 기자

서울 한 대형백화점 명품관 앞에 시민들이 명품관 개점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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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판매 확대되나…AI 재고관리 도입도 주목

할인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산업협회 알타감마에 따르면 2025년 명품 판매의 최대 40%는 할인 판매로 이뤄졌다.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이면서 브랜드들이 아울렛과 가격 할인 판매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진 결과다.

루카 솔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새 규정으로 기업들은 생산 계획과 재고 관리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의류 브랜드는 시즌이 끝나면 일정 수준의 재고를 남길 수밖에 없는 만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할인 판매를 운영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유럽과 중국, 미국 뉴욕에서 명품 아울렛을 운영하는 영국 밸류리테일과 같은 업체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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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규제가 인공지능(AI) 기반 재고관리 시스템 도입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줄리아 이우티코네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 밀라노 사무소 파트너는 "생산과 판매 계획을 얼마나 정교하게 세우느냐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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