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수 없는 빚 방치하면 경제활동 이탈…재기 지원도 신용의 일부"
고의·악의적 연체자는 철저히 배제…은닉재산 발견 땐 채무조정 무효
"금융사 '대출 뒤 매각·추심·시효연장' 관행 손질…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장기 연체채무 조정·감면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나 관치금융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해소하지 못한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금융선진화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의로 빚을 갚지 않거나 재산을 숨긴 채무자는 지원 대상에서 철저히 걸러내는 한편 대출 이후 연체채권을 매각하거나 소멸시효만 연장해 온 금융회사의 관행도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2026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5.21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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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정책 설명 프로그램인 '팩트방앗간'에 출연해 "장기간 방치된, 갚을 수 없는 채무는 조정과 감면, 면제를 통해 채무자가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기 연체채무 정리가 일부 채무자에게 빚을 대신 갚아주는 특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질병과 실직,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상환 능력을 잃은 채무자를 장기간 금융시스템 밖에 방치하면 취업과 소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막히고 그 부담이 결국 경제 전체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권 부위원장은 "누가 봐도 갚을 수 없는 빚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끊거나 경제활동에서 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일도 못하고 돈도 쓰지 못하면 피해는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 전체가 힘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을 포퓰리즘이나 관치금융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생각이 다르다"며 "특혜가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운영해 온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문턱을 낮추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채무 감면 과정에서 제기되는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및 도덕적 해이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상환 능력과 재산을 엄격하게 심사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7년 이상 연체된 소액채무자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회수할 수 있는 재산이 없는 경우로 제한된다.


일부 재산이나 소득이 있지만 채무 전액을 갚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빚을 없애는 대신 원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고, 나머지 채무를 장기 분할하거나 이자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권 부위원장은 "어려운 분만 정확하게 골라내 촘촘하게 심사한 뒤 채무를 조정하거나 감면하겠다"며 "숨겨 놓은 재산이 확인된 사람은 지원 대상이 아니며 그대로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채무조정을 받은 뒤 은닉재산이 발견될 경우 지원 결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권 부위원장은 "나중에 숨겨 놓은 재산이 발각되면 채무조정 자체를 무효화하도록 하겠다"며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8월 시행되는 신용정보법 특례를 활용해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결제원 등이 보유한 소득·토지·예금 등 재산 정보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채무자의 동의 없이 여러 기관의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보다 정밀한 상환 능력 심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권 부위원장은 고의로 장기간 채무를 갚지 않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돈이 있는데 재산을 숨겨 놓고 수년간 신용불량자로 살면 카드 발급이나 금융거래, 취업 등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며 "그런 불이익을 일부러 감수하면서 악의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극소수의 고의적·악의적인 사람 때문에 실제로 갚을 방법이 없는 사람들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고의적 연체는 철저히 차단하되 진짜 어려운 채무자는 지원하는 것이 금융안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대출 및 연체채권 관리 관행도 개편 대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를 전제로 위험에 상응하는 이자를 받는 만큼, 연체가 발생했을 때도 일정한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이자를 받고 위험을 관리하기로 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도 나눠 갖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할 때는 금융회사와 고객이 대등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연체가 되는 순간 극단적인 갑을관계로 바뀐다"며 "연체채권을 매각하고 가혹하게 추심하거나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해 10년, 20년씩 추심하는 관행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채무가 장기 연체로 악화되기 전에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소득과 사정을 고려해 직접 상환 조건을 조정하는 '자체 채무조정'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채무자가 법원이나 공적 채무조정 절차까지 가지 않더라도 원금 상환 유예와 장기 분할, 이자 감면 등을 통해 조기에 재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무조건 많이 빌려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려주고, 빌린 사람은 연체 없이 갚도록 하는 것이 건전한 신용질서"라며 "정말 갚을 수 없는 경우에는 재산과 소득을 철저히 심사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균형 잡힌 금융시스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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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용을 단순히 '빌린 돈은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의미로만 이해하는 것은 너무 좁다"며 "힘든 사람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사회가 기다려주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넓은 의미의 신용"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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